[이서진 인터뷰<1>] "'결혼계약'...이렇게 재밌게 한 드라마가 있었을까 싶어요."

입력 2016-05-06 07:00
지금까지의 이서진(45)과는 달랐다. 주로 차갑고 무뚝뚝한 느낌이 강했던 그였다. 그런데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결혼계약’에서는 확실히 달랐다. 격정적이면서 다정하고, 못됐으면서 사려 깊고, 한없이 가벼웠다가 끝 모르게 진중하기도 했다.

절절한 멜로로 수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를 선사한 이서진을 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만났다. 이서진이 드라마를 마치고 인터뷰에 나선 건 2008년 ‘이산’ 이후 8년 만이다.

“이렇게 재밌게 한 드라마가 있을까 싶어요. 김진민 PD가 변화무쌍한 인물을 요구했어요. ‘한지훈은 1000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걸 표현해보자고 했어요. 한 장면에서도 성격이 계속 바뀌어요. 밝을 땐 굉장히 밝아서, 드라마에서 이렇게 활짝 웃었던 적이 있었나할 정도예요.”

이서진은 실제 본인 성격에 대해 “진지하고 오그라드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다르다고 한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끌어내는 게 연기의 재미라고도 했다. ‘결혼계약’의 한지훈은 이서진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즐겁게 연기했다고 한다.

함께 한 배우나 감독과의 호흡도 좋았다. 실제론 17살 어린 유이(28·강혜수 역)와는 나이차가 무색할 정도로 애절한 모습을 보여줬다. 화제가 됐던 ‘멱살키스신’은 두 사람의 평소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 게 대본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뭔가 특별하게 할 만한 게 있을까 했는데, 제가 보통 현장에서 유이를 만나면 멱살을 잘 잡았어요. ‘살 좀 쪄라’ 이러는 거죠. 그래서 한 번 해볼까 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선배 김광규(49·박호준 역)는 드라마에서 친구로 나오는데, 여기엔 나영석 PD의 아이디어가 한 몫 했다. “나 PD가 ‘형이랑 광규형이 시트콤 하면 재밌겠다. 둘이 쌍둥이, 심지어 광규형이 동생인 걸로’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호준은 대본상 친구였는데 광규형이 캐스팅되면서 형으로 설정이 바뀌었어요. 나 PD 말이 생각나서 ‘친구 하던가, 아예 동생으로 해 달라’고 해서 결국 친구가 된 거죠.”

이서진은 KBS 예능 ‘어서옵SHOW’에 고정 출연을 하게 됐다. 이서진과 예능은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잘 맞는다. “예전엔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재밌어하는 분들이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17년차 배우에게도 연기 고민이 있을까.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용서받을 수 없는 게 많아지니까요.”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MBC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