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시건주 플린트시에서 주민들을 모아놓고 물을 한 잔 마셨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쇼하는 건 싫어하지만 이 물이 안전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마셨습니다.”
플린트는 가난한 도시입니다. 시민의 40%가 빈민층이죠. 흑인이 절반이 넘습니다. 그런데 예산을 아끼려고 상수원을 멀리 있는 휴론 호수에서 가까운 플린트강으로 바꿨습니다. 강물이 호숫물보다 깨끗할 리 없습니다. 더구나 낡은 수도관 때문에 수돗물에서 납이 검출됐습니다. 어린이들이 무더기로 납에 중독됐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오바마는 급히 플린트로 갔습니다. 납은 필터로 100% 거를 수 있습니다. 입자가 큰 덕분이죠. 여덟살 소녀가 오바마에게 물었습니다. “그 물을 마셔보겠어요?” 오바마는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습니다. “과학적으로 안전합니다.”
그리고는 전용헬기 ‘해병 1호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돌아갔습니다. 과연 플린트의 수돗물 문제는 해결됐을까요? 수돗물 안에 납성분만 문제가 된 건 아니죠. ‘자동차 왕국’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뒤 인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대통령의 물 한 컵에 갑자기 좋아질 리 없습니다. 그래도 플린트 시민들이 그나마 위안을 얻었다는 기사가 ‘오비어천가’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은 약속받았으니까요.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