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300명의 네오 나치 남성들이 거리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는 도중에 한 흑인 여성이 이에 항의해 홀로 맞시위를 벌여 유럽 사회를 감동시키고 있다. 특히 이 여성이 혼자 맞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용감하다”, “침묵 지키지 않고 올곧은 일을 했다”는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의 42세 여성인 테사 아스플런드는 지난 1일 스웨덴 중부의 보르랜게에서 거리를 걷다 노르딕저항운동이라는 나치 청년들로 구성된 시위대를 맞닥뜨렸다. 헤드스킨을 한 청년들은 같은 옷차림을 하고 마치 나치인양 대오를 이뤄 거리 행진을 펼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아스플런드는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리고선 주먹 쥔 손을 높이 치들고 이들에 항의를 했다. 그녀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나치를 흠모하는 이들이 이 거리에서 행진을 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본능적으로 거리로 뛰쳐 나가 행진을 중단하라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 사진을 찍었고, 이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그녀의 항의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사진은 반인종주의 재단 다니엘 푸흘 엑스코 소속의 데이비드 라게르래프가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최근 스웨덴 등 유럽에서 극우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연약한 여성인 아스플런드가 외로운 투쟁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반이민 운동이 거세지면서 극우 정당들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스웨덴 언론들도 아스플런드의 저항을 1985년에 한 여성이 스킨헤드족에 항의해 자신의 백(bag)으로 그들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인 ‘백을 가진 여성’ 사진과도 아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아스플런드는 스웨덴 국적을 가진 흑인으로, 평소에도 일부 백인들의 ‘흑인혐오증’을 벌이는 것에 항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스웨덴은 요즘 N으로 시작하는 단어(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negro)를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녀도 별 제지를 받지 않을 정도로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며 “나의 저항 사진이 그런 차별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일반 시민들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