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단장, 바로크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로 명예회복 할까

입력 2016-05-04 20:49
김학민(오른쪽에서 두 번째)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4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열린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스태프로 참석한 안무가 마티아 아가티엘로(왼쪽부터),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그리고 지휘자 로베르토 페라타(왼쪽). 국립오페라단 제공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신작 ‘오를란도 핀토 파쵸’(5월 18~21일 LG아트센터)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 최근 김 단장은 오페라 비전문가인 부인을 ‘루살카’의 번역 및 드라마투르그로 참여시킨 것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단장은 “논란을 일으켜 마음이 무겁다.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경비를 절감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이었는데 감독으로서 불찰이었다. 공식적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오를란도 핀토 파초’는 지난해 7월 취임한 김 단장이 2015-2016시즌 ‘루살카’와 함께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작품이다. ‘사계’로 유명한 바로크 시대 작곡가 비발디의 작품으로 아시아 초연이다. ‘가짜 미치광이 오를란도’ 또는 ‘미친 척 하는 오를란도’로 번역되는 이 작품은 오를란도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과 질투, 복수와 분노 등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담았다.

비발디는 평생 95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대부분 소실되고 26편만 남아 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1714년 11월 베네치아 산안젤로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00년대 초반에야 다시 공연됐다. 워낙 희귀한 레퍼토리라 유럽에서도 거의 공연되지 않는 편이다.

이번 한국 공연은 라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코치와 부지휘자로 활동한 지휘자 로베르토 페라타, 라스칼라 극장에서 조연출로 활동하다 2010년 데뷔한 뒤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등이 크리에이티브팀으로 참여한다. 최근 국내에서 ‘마타하리’ 등 대형 뮤지컬의 무대로 주목받은 디자이너 오필영도 참가한다. 출연진으로는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센,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 콘트랄토 마르지아 카스텔리니, 테너 전병호, 카운터테너 이동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등 국내외 성악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김 단장은 당초 ‘오를란도 핀토 파쵸’가 아닌 또다른 바로크 오페라인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공연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힌 그는 단장 취임 직전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연출했던 이 작품을 몇 달 만에 또다시 국립오페라단에서 연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출장 중 크레모나를 방문해 안젤라 카우치 크레모나 폰키엘리 극장장 등 바로크 오페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뒤 ‘오를란도 핀토 파쵸’로 바꿨다. 김 단장은 “‘오르페오’를 대신할 또다른 바로크 오페라를 찾던 중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면서 “바로크 오페라가 국내에 생소한 편이지만 이 작품의 내용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바람과 달리 이 작품은 아직까진 오페라 팬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티켓 판매도 저조한 상태다. 오히려 클래식계에선 바로크 오페라 중 유명한 작품들이 많은데 유럽에서조차 생소한 작품을 굳이 왜 선택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세계 바로크 오페라 스페셜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홍보 문구도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국립오페라단이 레퍼토리 축적 차원에서 적어도 재공연이 가능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