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떴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입력 2016-05-04 16:39
신구, 김영옥,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주현.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노년의 배우들이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완벽한 연기력의 소유자들이 한 데 모였다. 지금까지처럼 주인공들을 뒷받침해주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역할이 아니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 주인공이 됐다. tvN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에서다.

베테랑 연기자들을 모두 불러들인 이는 색깔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써내며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는 노희경 작가다. 노 작가는 4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내가 사는 이유’라는 작품을 할 때 대본이 허술했는데 어르신 배우들이 채워주셨다. 이번에도 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생님들이 흔쾌히 출연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디마프는 “인생 아직 안 끝났다”고 외치는 노년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들의 유쾌한 인생 찬가다. 서로 다른 매력의 노인들이 우정, 사랑, 꿈, 삶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다. 시니어판 ‘섹스 앤 더 시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년의 배우들을 주연으로 삼는 미니시리즈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작품도 기획 단계에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노 작가는 “이런 드라마를 받아줄까 고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현재 드라마들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제작사와 방송사에 감사하다”고 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베테랑 배우들도 “우리가 함께할 수 있고, 노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나오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고두심은 “촬영 내내 너무 좋았다. 어디 가면 어른이라고 내팽개쳐지는데 여기서는 고현정을 빼면 내가 제일 막내다”라며 “좋으면서도 살짝 어렵다. ‘커피 가져 와라’고 하면 뛰어 가야 한다”고 했다.

윤여정은 드라마 포스터를 찍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전했다. 윤여정은 “김혜자가 내 손을 잡고 ‘노 작가가 우리 죽기 전에 만나라고 캐스팅 했나보다’고 하는데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김혜자는 “젊었을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배우들이 많아서 애틋하다. 함께 작품에 임하는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나문희는 “이렇게 좋은 물에 나를 담궈줘서 고맙다. 작품과 잘 어울리는 물고기가 돼 잘 놀아보도록 하겠다”며 “나의 내면에 있는 것들을 잘 끄집어 내 표현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자신한다”고 말했다.

신구는 “이처럼 내로라 하는 배우 여러명을 모시고 작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기회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영옥은 “우리가 일 할 수 있다는 자리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너무 좋아서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노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느낀 게 젊은 사람들이 치열한 건 치열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황혼의 청춘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그 치열함은 충분히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목숨이 오늘 또 내일 끊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배우는 고현정이다. 고현정은 “배우라면 누구나 노희경 작가와 작품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고두심 선생님이 엄마로 나와주신다. 모녀간의 치열한 사랑 이갸기가 좋았다”고 했다.

조인성, 이광수, 성동일, 다니엘 헤니 등도 카메오 아닌 카메오로 출연한다. 주연급은 아니지만 비중있는 역할들이다. 조인성은 고현정과 로맨스를 보여준다. 고현정과 조인성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에서 펼쳐진다. 이광수는 김혜자의 막내 아들로 나온다. 특급 카메오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13일 저녁 8시 30분 첫 방송.

[사진=tvN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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