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첫 행보 키워드는 ‘협치’

입력 2016-05-04 16:07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첫 행보로 정의화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국회의장실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대표실을 직접 찾아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예를 갖췄다. 가는 곳마다 “‘협치’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바싹 몸을 낮췄다.

정 원내대표는 4일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장님이 계신 여기가 협치의 주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삼각 다리에서 어느 한쪽이 빠져도 무너지니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찾아서는 “워낙 제가 부족한 게 많은데 많이 지도해 달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잇달아 찾으며 공을 들였다. 그는 “제가 대표님 만나려고 일부러 (국민의당 당색인) 초록색 넥타이를 하고 왔다”며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안 공동대표는 “세심한 데 까지 신경 써주셔서 협력이 잘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천 공동대표가 “협치가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뼈있는 말을 던질 때도 “이제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해도 관철할 방법도 없고, 국회 문턱을 그냥 넘을 수 없다.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고 맞장구를 쳤다.

정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 “국민의당 정당투표를 보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의당에 새누리당 피도 섞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별도 회동도 가졌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껴안으며 반가워했다. 정 원내대표는 “힘이 많이 부친다. 많이 의지하겠다”고 했다. 양측은 ‘핫라인’ 구축을 위해 실무진끼리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50분가량을 면담했다. 더민주 예방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오후엔 대학동기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도 만났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행보는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여당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야당으로부터는 “협조가 잘 될 것”(김종인 비대위 대표) “협치의 적임자”(천정대 공동대표) 라며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당내 현안은 녹록치 않다. 당장 ‘고질병(痼疾病)’처럼 된 계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시험대는 원내지도부와 비상대책위 구성이다. 일단 원내지도부는 당내 여러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지역 안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재선급 원내수석부대표 몫은 민감하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과의 실무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능력’이 최우선 고려요소지만 특정 계파색이 뚜렷할 경우 반대 계파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선 “혁신 비대위가 될지, 차기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실무 비대위가 될지에 따라 구성 시기와 인선이 다를 것”이라며 의중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계파 문제는 당청관계와도 엮여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 원내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내며 원만한 당청협력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도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차피 우리는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 박근혜정부를 성공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새누리당 전원이 친박이 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계 재선의원은 “당청 화합은 좋지만 당장은 수평적 당청관계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