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2선 후퇴론' 후퇴?, 존재감 확인한 친박 당권 도전 나서나

입력 2016-05-04 16:05

4·13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에서 나온 ‘친박(친박근혜) 2선 후퇴론’이 옅어지고 있다. 친박의 물밑 지원을 받은 정진석 당선인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다. 당내 최대 세력은 여전히 친박임이 표 대결로 입증됐고, 비박(비박근혜)계는 목소리는 컸으나 단결이 안 됐다. 존재감을 확인한 친박이 결국 당권도 접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은 단합이었다. 지난 2일 당선인 총회에서도 “(경선이 열린) 246호를 떠나는 순간부터 계파 얘기는 지워 버리자”고 했었다. 하지만 당내에선 과연 정 원내대표가 친박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탈(脫)계파의 시험대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전당대회다.

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당권과 직결돼 있다. 계파별로 입장차가 뚜렷한 이유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혁신 비대위가 들어서면 수평적 당청관계와 여권 내 세력 개편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비박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친박계는 전당대회 준비와 선거 관리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는 어차피 전당대회 때까지만 활동하는 임시기구”라며 “비대위보다는 내년 대선까지 갈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장기적인 쇄신 계획을 짜는 게 맞다”고 했다. 홍문종 의원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외부 비대위원장에게 비례대표든 공천권이든 당에서 줄 게 없어 모셔오기 어렵고 어차피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론을 폈다. 비대위 역할을 제한하고 전당대회를 제때 실시하자는 주장은 친박 책임론이 희석됐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크다. 또 다른 의원은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를 택한 건 혁신도 중요하지만 당의 안정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친박이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친박 내에선 ‘최경환 당 대표’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주영 홍문종 이정현 의원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다. 122명 당선인 중 70명 이상이 친박으로 분류돼 수적으로도 다수다.

비박계는 친박 대표로는 당 쇄신은 물론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확실한 주자군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해 타격을 입었고 5선이 되는 정병국 의원은 세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당 대표 혼자서는 당무를 주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3선이 되는 강석호 김성태 황영철 의원 등과 스크럼을 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