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발’ 말고 ‘불 방망이’로 꽃 피운 넥센 고종욱

입력 2016-05-04 15:32
고종욱. 넥센 히어로즈 제공

넥센 히어로즈 고종욱은 홈에서 출발해 3.6초 만에 1루 베이스를 밟을 정도로 발이 빠르다. 지난해 서건창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등 커리어 하이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확실한 수비 포지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주로 지명타자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넥센도 그의 수비나 타격보다도 빠른 발에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 시즌 고종욱은 일취월장한 타격 실력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 화끈한 타격 쇼를 선보이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고종욱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정규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5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2경기 연속 3안타 경기를 펼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고종욱은 1회초 첫 타석부터 안타로 출루해 이택근의 홈런 때 홈을 밟았다. 4회와 8회 들어선 타석에서도 고종욱의 방망이는 멈출지 않았다. 8회초에는 2루타로 출루한 뒤 홈을 밟아 이날 두 번째 득점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5타수 3안타 6타점으로 활약했다. 1회 시즌 첫 홈런인 투런포를 비롯해 안타 1개, 3루타 등으로 사이클링 히트급 활약을 펼쳤다.

고종욱은 최근 10경기에서 21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불방망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경기당 2개 이상의 안타를 친 셈이다. 최근 10경기 중 3안타 경기는 다섯 차례나 된다. 지난달 22일부터 이어진 LG와의 3연전에서는 매 경기 3안타씩을 기록했다. 덕분에 10경기에서 타율 0.447(47타수 21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전체 기록으로 봐도 고종욱의 타격은 눈여겨볼 만하다.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3(94타수 36안타) 17타점 18득점을 기록 중이다. 김문호(롯데)와 오재일(두산)에 이어 리그 타율부문 3위다. 안타 개수는 김문호(39개)에 이어 2위다. 멀티히트 횟수도 24경기 중 11경기에서 작성해 전체 2위다. 빠른 발을 앞세워 리그에서 가장 많은 5개의 3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2루타(2개)보다 3루타가 많은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최근 주춤했던 넥센은 고종욱의 맹활약에 힘입어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동시에 2연승을 달리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고종욱은 안타로 출루해 득점 기회를 잡는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득점권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으면서 넥센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꾸준히 주전 좌익수로 출전 경험을 쌓으면서 수비에서 불안하다는 평가도 조금씩 지우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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