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 내정자의 과제

입력 2016-05-04 14:35

3일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 뒤 불과 몇 시간도 안돼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이 후임으로 내정됐다. 불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년 9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조직위원장 교체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조 전 위원장은 한진해운 등 그룹 내 현안 해결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있었지만 그는 국내에 잔류했었다.

2009년 유치위원장을 맡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부터 발 벗고 나선 그는 2014년 7월 전임 김진선 위원장의 후임으로 조직위원장이 됐다. 조직위원장에 오른 뒤 경기장 건설 지연, 올림픽 개폐막식장과 경기장 이전 논란, 분산개최 논란 등 많은 현안들을 해결하며 올림픽 준비를 본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정선 테스트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조직위원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 왔다.

하지만 그는 중앙부처 및 강원도 공무원, 한진그룹 파견 직원, 전문가 그룹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조직위에서 인사권조차 장악하지 못했다. 공무원들은 수시로 들락거렸고, 큰 줄기는 문체부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번 사퇴 원인을 두고 문체부와의 불협화음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임으로 내정된 이 내정자 앞에 수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평창조직위원장은 지난 4년 간 3번째 인물로 바뀌었다. 가장 큰 과제는 우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신뢰회복이다. 조 전 위원장은 조직위원장 취임 당시 IOC와의 신뢰를 특히 강조했다. IOC로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한국이 IOC에 약속했던 프로그램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972년 행시에 수석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한국생산성본부 회장(2002∼2003년) 서울산업대 총장(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2003∼2006년) 한국무역협회 회장(2006∼2009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2010∼2014년) 등을 역임했다. 2013년 6월부터 최근까지 LG상사 고문을 맡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 내정자의 이같은 다양한 경력과 현장 경험이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과 대회 준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경제관료 출신으로 예산의 효율적 집행관리를 통해 경제올림픽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스포츠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조직의 안정성과 업무 연속성을 위해 수많은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심사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성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 당장 조직위에서 일하고 있는 38명의 한진그룹 파견 직원들의 거취도 문제다.

조 전 위원장은 “사퇴하더라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이들은 조직위에 잔류시킬 공산이 크다.

이 내정자는 다양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조 전 위원장과 달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적인 스포츠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위원장을 맡은 게 거의 유일한 스포츠 분야의 경력이다.

하지만 경제단체장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조직위에서 가장 미진했던 후원기업 확보에는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필수인 마케팅 분야에서 이 내정자에게 기대가 크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