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해태제과의 소액주주 김모(47)씨가 4일 서울 양화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 “과거 주식을 인정해달라”며 9시간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이날 서울은 강풍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강했다.
김씨가 오전 6시40분쯤 아치에 올라간 뒤 경찰과 소방당국은 양화대교 왕복 8차선 도로 중 양방향 모두 3, 4차로를 막고 에어매트를 깔았다. 강풍 때문에 에어매트 설치엔 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올라간 그는 옛 해태제과 주주들 모임(해주모)의 송인웅(62) 회장과의 통화에서 “바람 때문에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주모는 오는 11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해태제과식품을 상대로 옛 해태제과 주식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해태제과식품은 옛 해태제과와 법적으로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이들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997년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옛 해태제과는 핵심 사업인 제과 부문을 2001년 7월 JP모건 등이 참여한 UBS컨소시엄에 매각했다. UBS컨소시엄은 해태식품제조주식회사를 신설하고 그해 11월 지금의 해태제과식품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회사는 2005년 크라운제과에 인수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건설 부문만 남았던 옛 해태제과는 ‘하이콘테크'로 사명을 바꾸고 주거용 건물 개발·공급 사업을 하다 2003년 사라졌다.
그러나 해주모는 해태제과식품이 해태제과를 전신으로 인정하고 같은 브랜드를 사용해온 만큼 한 회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태제과식품이 주식을 상장하려면 옛 해태제과 주식을 회수해 함께 상장해야 한다는 게 핵심 요구사항이다.
이날 현장에는 해태제과식품 관계자도 나와 상황을 지켜봤다. 해태제과식품 측은 내려와 대화할 것을 요청했지만 김씨는 거절했다.
김씨가 보유한 옛 해태제과 주식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1만1000주 정도라고 한다. 장외에서 사고팔던 옛 해태제과 주식은 재상장 기대감에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김씨는 오후 3시10분쯤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회원이 해태제과식품 사옥 앞에서 8일간의 단식 끝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올라오기로 했다”며 “해태제과식품이 대화 자체를 거부해버리니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직 통화 중일 때 경찰은 김씨의 지인과 함께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다시 설득을 시도했다. 김씨는 오후 3시29분쯤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와 순순히 경찰에 연행됐다.
강창욱 허경구 기자 kcw@kmib.co.kr
"나도 주주다"...'옛 해태제과' 소액주주 양화대교 고공농성
입력 2016-05-04 11:11 수정 2016-05-04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