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부모님 병간호... 대통령 표창 받은 효녀 김숙현씨

입력 2016-05-04 10:17
20년간 중병에 걸린 부모를 보살핀 김숙현(60·여)씨가 울산의 대표 효행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울산시는 6일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열리는 ‘제44회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김숙현씨를 비롯해 정부포상 6명, 시장 표창 12명, 대한노인회연합회장 표창 5명 등 모두 23명을 수여한다고 4일 밝혔다.

울산시 울주군에 살고 있는 김씨는 23년간 중병에 걸린 부모를 돌보느라 결혼할 여유도 없다. 부모 곁을 종일 지켜야 해 영어회화에 능통한 ‘신여성’이었지만 번듯한 직업도 갖지 못하고 펜션이나 모텔 청소일을 파트타임으로 하며 역경을 견디고 있다. 젊은 시절 김씨는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영어 통역사로 일했다. 외국 출장을 가는 국내 기업가들과 동행하며 통역과 비서 일을 맡았다.

그러나 1994년 신부전증을 앓던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자 김씨는 자신이 누리던 삶을 미련없이 포기했다. 오빠와 남동생이 있었지만 사정이 되지 않지 김씨가 부모님을 모시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병간호로 통역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번역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극진한 간호로 어머니 명은 호전됐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전립선암이 발병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씨 본인마저 친척 보증을 잘 못 써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 졌다. 김씨는 집을 팔아 빛을 갚고 부모님을 모시고 지인이 병원을 운영하는 충북 진천으로 향했다.

김씨는 영어회화에 능통했기 때문에 처우가 비교적 괜찮은 몇몇 기업에 취업할 기회가 있었지만 부모님의 병간호로 포기했다. 대신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에 입사해 생산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20여년을 극진히 보살폈지만 아버지는 올해 2월 폐결핵이 악화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바람은 홀로 남은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김씨는 “어머니가 최근 외출을 했다 넘어져 갈비뼈와 턱을 다쳐 너무 속상하다”며 “어머니가 아프지 않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