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내와 처제'...여동생과 보험금 노리고 남편 청부살해한 아내 13년만에 검거

2003년 2월 23일 새벽 경북 의성군 한 마을 입구쪽 도로에서 김모(당시 54세)씨가 1t 뺑소니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이 사건은 13년 후 단순 뺑소니가 아닌 보험금을 노린 아내와 처제가 벌인 청부 살해 사건이었음이 드러났다.

3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52세였던 박씨(65)는 여동생(52)에게 수차례 남편 김씨를 죽여줄 것을 부탁했다. 여동생은 오래 알고 지낸 최모(57)씨에 이를 털어놨다. 최씨는 자신의 중학교 동창인 이모(56)씨에게 보험금 일부를 주겠다고 약속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김씨를 죽여줄 것을 부탁했다.

이씨는 범행을 위해 “농사를 배우고 싶다”며 미리 김씨에게 접근해 안면을 익혔다. 범행 전날 저녁 김씨를 불러 범행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새벽 1시40분쯤 김씨를 마을 입구에 내려주고는 잠시 뒤 자신이 몰던 화물차로 치고 달아났다.

박씨의 여동생과 최씨, 이씨는 범행 일주일 전 현장을 돌며 사전답사도 했다.

박씨는 남편 사망 후 미리 가입한 보험사 3곳에서 5억2000만원을 받았고, 이 중 45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했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공소시효 10년)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이들의 범행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의 제보를 경북경찰청에 전달했고, 경찰은 13년 만에 이들의 범행을 확인해 4명 모두 살인혐의로 3일 구속했다. 살인사건은 현재 공소시효가 없다.

경찰은 남편을 청부 살해한 목적이 단순 보험금 때문인지 원한 때문이지 박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죄책감이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