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실태 조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대법관, 검사장, 시장, 법무법인 대표, 로스쿨 원장 등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불공정 입학 사례를 무더기로 확보하고도 대학에만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현대판 음서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로스쿨 봐주기 발표’로 사법시험 존치 논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교육부 책임이 큰데 (로스쿨의 문제점을) 시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준 반쪽도 안 되는 발표였다”며 “특히 부정입학이 드러났는데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 어떠한 조치도 없었고 심지어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 회장은 변호사단체 등이 교육부를 상대로 준비하고 있는 정보공개 소송 등을 지원하는 한편, 교육부 전수조사 내용을 공개하는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는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것은 교육부가 노골적으로 로스쿨을 비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법조인협회는 이번 교육부 조사가 최근 3년에 한정된 점을 부각시켰다. “(교육부가) 로스쿨 1기부터 5기까지의 비리는 덮어버릴 생각”이라며 “명백하게 범죄에 해당하므로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등 변호사 134명은 “로스쿨은 실패한 제도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제 사법시험 폐지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로스쿨 폐지를 논의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법학교수회도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이러한 로스쿨 입시 비리 사건에 대해 변호사의 법률 자문까지 받아 형사처벌의 면죄부를 주면서 잇따를 수 있는 법적 소송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로스쿨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24건을 전체 로스쿨 입시로 연결해 일반화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드러난 문제점을 시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호영 한국법조인협회 대변인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이번 교육부 조사는 미완의 조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부정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서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펴 온 고시생들은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박성환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는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가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고시생모임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최대 100명이 참여해 ‘분서갱유’ 퍼포먼스를 펴기로 했다. 고시생들이 공부하던 서적 일부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다. 고시생들은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3000배를 올리며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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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3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