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전북 완주군에서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과 억울한 옥살이를 한 3명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당시 슈퍼 주인으로 3인조 강도에게 목숨을 빼앗긴 유모(당시 76세) 할머니의 사위 박모(57)씨와 옥살이를 했던 이른바 ‘삼례 3인조’는 3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범 이씨의 사죄를 받아들였다. ‘평생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살겠다’는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임모(37)씨 등 3명에 대한 재심 신청 사건의 세 번째 심문이 열린 이날 법원에 나와 “진범까지 나타나 사죄하고 반성하는 상황에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들은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 이 말 한마디면 끝나는 사건이 여기까지 왔고 죄 없이 교도소까지 다녀온 ‘가짜 3인조’의 삶은 망가졌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대통령님 절망의 17년 더 기다려야 합니까’ ‘대통령님 어머니를 죽인 강도치사범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현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나와 사건의 재심 개시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 사건은 1999년 2월6일 오전 4시쯤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잠자던 유 할머니의 입을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 254만원어치를 털어 달아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구속됐던 30대 3명은 3∼6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지 10년이 지났다. 당시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여론을 무시했고 검찰은 진범을 수사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언론을 통해 진범이라고 고백한 이모(48·경남)씨는 지난달 15일 법정에서 자신과 지인들이 한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그는 올해 1월 말 유 할머니의 묘를 찾아 사죄의 절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일행 중 1명이다.
사건 당시 경찰은 임씨와 최모(37)·강모(36)씨 등 삼례지역 선후배 3명을 붙잡아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최씨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0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2002년 2월 기각됐다.
그러나 확정판결 1개월 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부산지검에 들어왔다. 부산지검은 이씨 등 3명을 모두 검거했고 자백까지 받아냈다. 이 사건은 전주지검으로 이첩됐으나 이씨 등 ‘부산 3인조’가 자백을 번복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건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진범이 나타난 만큼 이제 재심과 무죄는 당연하다”라며 “이젠 당시 왜 범인이 조작됐는지를 밝혀 당시 수사 경찰과 검찰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심문에는 당시 경찰과 검찰 관계자, 장물 업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나라슈퍼 사건 유족과 피해자들 "진범은 용서해도 국가는 용서못해"
입력 2016-05-03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