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2일(현지시간) 면담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테헤란의 최고지도자 집무실에서 약 30분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면담하고 큰 틀에서의 중장기적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밝혔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 국민에 의해 선출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서열 2위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최고지도자라는 자리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종교 지도자여서 현실 정치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는 위치이고 큰 틀에서의 양국 관계가 대화의 주제였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한과 오랜 우방으로서 관계를 맺어온 이란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이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제공한 이후 양국은 미사일 개발 및 공급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란 정부는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는 등 북한을 지지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특히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989년 5월 당시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도 가진 바 있다.
특히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테러와 지역의 불안정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이를 해결하기 더욱 어렵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한·이란 양국이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은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한·이란 관계 발전 과정에서 한국이 이란에서 뭘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 주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신뢰의 토대 위에서 긴 호흡을 갖고 관계 발전을 모색해 나가자"며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상생 협력을 추구하고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를 통해 양국 국민들의 마음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낙후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국제사회에서도 성공적인 개발 전략으로 인정받는 새마을 운동 경험이 이란의 성장 잠재력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박 대통령이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대동하고 방문한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한·이란이 잘 협력하면 서로에게 많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과학기술 등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앞선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란은 한국으로부터 이를 진심으로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한국이 이란의 경제 부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향후 양국관계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면담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란측에 양국 우호관계 복원 및 발전 의지를 전달하고 최고지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며 "이를 통해 최고위층간 유대 형성 뿐 아니라 양국간 우호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한 이란내 지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측면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는 위치에 앉았으며 로하니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 해 박 대통령의 오른편에 앉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