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 '루살카' 드라마투르그로 비전문가 부인 참여시켜 논란

입력 2016-05-03 07:01 수정 2016-05-03 16:34
지난 4월 초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루살카' 연습을 지휘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최근 오페라 ‘루살카’에 오페라계 전문가도 아닌 부인 권모씨를 드라마투르그로 참여시킨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루살카’는 체코 작곡가 드보르작의 오페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낯선 오페라이니만큼 연출가에게 작품의 문학적, 예술적 조언을 하는 드라마투르그의 필요성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하지만 김 단장이 체코 문학 또는 오페라 전문가 대신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인 자신의 부인을 참여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김 단장의 부인이 체코어가 아닌 영어 대본을 번역하고 드라마투르그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페라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오페라 평론가는 “부인이 아무리 오페라계 전문가라고 해도 쓸데없는 구설수에 오를까봐 일부러라도 함께 작업하는 것을 피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작품의 텍스트를 분석하고 공연의 방향성을 담당하는 중요한 드라마투르그로 비전문가인 부인을 참여시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체코 오페라인데도 체코어가 아닌 영어 대본을 토대로 번역했다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내가 연출을 맡으면서 작품에 대한 리서치를 도와줄 드라마투르그가 필요했다. 아내는 고려대 영문과 출신으로 해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에서 영어교육 박사 과정을 이수중이다. 드라마투르그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제안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체코어는 희귀어여서 불가피하게 아동영문학을 전공한 아내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 ‘루살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작품 해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도식적이라 원작의 의도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원작의 음악이나 아리아 가사와 다른 엉뚱한 해석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 단장님은 결정을 바꾸지 않으셨다. 그래도 단장님에게 연출료가 나간 것과 달리 사모님은 따로 사례비를 받지 않았다”면서 “사모님께서 오페라 작업 내내 열심히 하셨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경비 절감 차원에서 아내 사례비는 무보수로 책정했다. 그리고 캐스팅, 입찰, 용역 등 금전적인 문제와는 무관하므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공적인 일에 가족을 연관시킨 것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도덕적 불찰이었다고 판단된다. 추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