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신작 ‘아가씨’에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름 석 자로 충분한 김민희(34)와 하정우(본명 김성훈·38), 조진웅(본명 조원준·40)이 함께했다. 이들 사이 눈에 띄는 낯선 얼굴 하나. 신예 김태리(26)가 떨리는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소문이 무성했던 영화 ‘아가씨’가 2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침착한 김민희에 이어 등장한 김태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가씨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숙희 역을 맡은 김태리라고 합니다.”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숙희는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치고도 어떤 상황에서든 당찬 성격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김태리는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역할을 따냈다. “본능적인 직감으로 그를 택했다”는 게 박찬욱 감독의 말이다. 투명하고도 또렷한 김태리의 눈빛에서 그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선 김태리는 긴장을 억누르며 힘겹게 한 마디씩 했다. 그러면서도 당차고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전달했다. 너무 떨려서 “죽을 것 같다”더니 칸영화제를 떠올리면서는 “행복하고 벅차다”며 활짝 웃었다.
오는 6월 개봉을 앞둔 영화는 오는 11~22일 열리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을 보인다. 한국영화로서는 4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과 네 주연배우는 오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식 스크리닝과 기자회견,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태리는 데뷔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박찬욱 감독과의 만남이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션 볼 때 마지막쯤 감독님이 ‘나는 너로 정했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촬영하면서 힘들거나 마음에 부담이 갈 때 많이 지탱이 됐던 것 같아요. 그 말 듣고 혼자 카페 가서 시나리오를 한 번 더 읽었는데, 굉장히 벅차고 설레었어요.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떨리는 음성이었지만 김태리는 끝까지 다부지게 얘기했다. 그는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나는데, 오늘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며 “오래 준비한 작품이고, 정말 잘 나왔을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해달라”고 자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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