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가진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분홍색 재킷에 흰색 '루싸리'를 둘렀다. 루싸리는 페르시아어로 '머리에 쓰는 스카프'라는 의미로 무슬림 의상인 히잡의 일종이다.
전날 연두색 상의를 입은 박 대통령이 이날 분홍색 상의를 입고 루싸리를 두른 것도 이란을 존중하는 의미다. 이란 국기가 초록색과 흰색, 붉은색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우리 두 나라가 평화와 번영을 향한 여정에서 서로 도우며 함께 전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아랍어로 '두스트 바 함라헤 쿱(Dust Va Hamrahe Khub)'이라고 말했다. '친구이자 좋은 동반자'라는 뜻이다.
기자회견 발언 도중 박 대통령의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의 마이크를 건네며 박 대통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박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행사로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어 두 정상은 약 45분간 사전 환담을 나눴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20분 길어진 것이다. 환담 뒤에는 긴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마주보는 형식으로 수교 이래 첫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 역시 예정시간보다 17분 길어진 1시간32분 가량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협정서명식을 가졌다. 통상 양국 정상이 뒤에 선 채로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책상에서 서명을 하는 관례와는 달리 박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이 의자에 앉은 채로 협정 서명식을 지켜보는 독특한 형태로 진행됐다.
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뒷모습을 보이는 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 이슬람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슬람 풍습에 따라 가족이 아닌 남녀간 접촉이 금지된 이란의 전통을 고려해 이날 일정에서 이란 측 인사들과 악수 대신 목례로 인사를 나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