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는 단명?… “음식 맛·냄새가 수명 줄인다”

입력 2016-05-03 00:03

음식의 맛과 냄새에 자주 노출되면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걸 즐기는 미식가(美食家)들은 오래 살지 못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와 박사과정 뮤라트 아르탄씨는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활발하게 작용하면 체내에 혈당조절호르몬 ‘인슐린’과 비슷한 물질이 늘어나 몸 전체의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감각신경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과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흙에 사는 길이 1㎜의 선형동물이다.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포유동물과 같으면서도 유전자 조작이 손쉬워 수명 연장 연구에 널리 쓰인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인 대장균에서 감각신경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을 추출해 실험한 결과,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미각세포와 후각세포가 활성화되면 ‘INS-6’이라는 인슐린 유사물질 분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물질은 수명연장에 관여하는 ‘폭소(FOXO)’ 단백질의 활동을 둔화시킴으로써 몸속 다른 부위에 신호를 보내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식의 영양분이 아닌 맛과 냄새가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향후 노화와 수명 조절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흔히 ‘소식(小食)하면 장수한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지만 이를 실천하긴 쉽지 않다”며 “이번 연구로 영양분 섭취에 앞서 음식 맛과 냄새에 불필요하게 자주 노출되는 것도 수명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진스 앤 디벨롭먼트(Genes and Development)’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