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 연구기관 소속 일부 연구원들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도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등재지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려 업적을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화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A씨와 B씨는 2012~2014년 사이 진행된 연구과제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논문 실적을 위해 각각 주 저자와 교신저자(학술지 측과 연락을 담당하는 저자)로 표기했다.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과거 연구 내용이 일부 인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주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도 있었다.
SCI는 과학기술 분야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로 학자의 연구업적을 평가하는 척도다. 감사원이 화학연구원과 원자력연구원, 전기연구원이 등재한 SCI급 논문을 조사해본 결과 연구원 90명이 연구에 기여하지 않고도 논문 115편에 ‘무임승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논문 저자가 실제로 연구에 참여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연구 실적으로 인정했다. 연구원의 성과 평가에서도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런 가짜 저자들 때문에 연구에 실제로 참여한 연구원들이 도리어 승진과 성과급, 포상 등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논문 저자로 부당하게 올린 연구원들에 대해 진실성을 검증한 뒤 적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이들 기관장에게 통보했다.
원자력연구원이 태블릿PC를 7억원 어치나 구입하고도 업무에 전혀 활용하지 못한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원자력연구원은 2014년 일정관리와 자료검색 등에 활용하겠다며 태블릿PC 1737대를 구입해 소속 임직원에 지급했다. 하지만 이들 태블릿PC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 업무용으론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원자력연구원 소유 전산기기로도 등록되지 않는 등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한국화학·원자력·전기연구원 연구원 90명, 연구활동에 참여도 않고 논문 저자로 등재
입력 2016-05-02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