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13 총선 호남 패배의 원인을 자신과 비대위에 돌리려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맞받았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호남을 방문해 지역 유권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은 비대위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김 대표는 2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질 정도의 당을 선거를 거쳐 제1당으로 만들었는데 자꾸 비대위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신에게 쏟아진 ‘호남참패 책임론’에 반발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이번 선거를 맞이하면서 호남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사전에 다 알았다”며 “비대위 체제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그러면 비대위를 만들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셀프공천’이 호남민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억지 구실’이라며 일축했다. 김 대표는 “(셀프공천이) 그렇게 중요한 선거 요인이었다면 더민주가 어떻게 제1당의 자리에 올랐는지 분명히 얘기해야한다”며 “몇몇 분들이 구실을 찾다가 보니까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솔직히 말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갈했다.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 직후 탄소융합기술원을 방문해 전북의 탄소복합재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남 영암에 위치한 대불산업단지를 방문해 경제인들의 민원을 들었다. 경제이슈에 집중해 호남민심을 되돌려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김종인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 지역 지방의원들은 김 대표의 호남 일정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는 셀프공천을 밀어붙여 호남 민심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와 민주적 새 지도부 구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는 자중하고 민심의 바다로 들어가 정치적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며 “당에 영향력 행사를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조기전대론’과 ‘전대연기론’이 맞붙고 있다. 김 대표의 사퇴를 원하는 쪽은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고 주장한다. 지지하는 쪽은 전당대회를 연기해 비대위 체제가 일정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혁신안에는 총선 직후에 (전당대회를) 하게 돼있다”며 빠르게 차기 지도부를 선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상민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두 방안 사이에서 절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기전대론과 전대연기론) 어느 쪽이든 원만하게 타협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우 의원은 PBC라디오에 나와 “(김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준다는 전제하에서 8월 말 9월초쯤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더민주는 3일 ‘당무위·당선인 연석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 시기 논란을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더민주 김종인, 일주일만의 호남행(行)…호남참패 책임론 벗어나기?
입력 2016-05-02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