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新 '황금알 낳는 거위' 중국 영화, 알고보니 거품?

입력 2016-05-03 00:11
중국 영화시장이 최근 연간 30%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고위험 투자상품이 급속히 몰려 거품 위험성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이 같은 추이를 전했다. 

배우들의 출연료는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중국에서 스타급 영화배우들의 출연료는 지난 몇 년 간  2배로 뛰어 지금은 작품 당 1000만 위안(17억7000만원) 이상이다. 지난해 국내 배우들의 편당 최고 출연료는 약 7억원 정도였다.
2월 중국에서 개봉한 주성치의 신작 '미인어' 포스터

지난 2월 춘절 시즌에 개봉한 주성치의 ‘미인어(美人魚)’는 비공개 기업투자를 받은 국영 ‘오광집단공사’과 제작사 허허 픽쳐스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투자자들은 이 영화가 최소한 15억 위안(약 2647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까지 20억 위안 이상 수익을 거둔 중국영화가 단 2편인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도박이었다. 현재 이 영화는 역대 중국 영화계의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총 34억 위안(약 6000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현지에서는 연장상영이 진행중이다.
'미인어'의 한 장면

여기에는 중국 영화 소비자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한 영향이 크다. 미국 영화협회(MPAA)에 따르면 중국 영화시장은 지난해 약 49% 성장했다. 현재 규모는 68억 달러(7조775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 성장한 미국 시장의 111억 달러(12조6928억원)를 위협할 정도다.

현지에서는 극장이 모자라 영화를 걸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영화 관련 조사업체 엔트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만들어진 686편 중 극장에 걸린 건 372편에 불과하다. 극장 입장료가 수익의 거의 전부인 산업 특성상 나머지 영화는 돈을 거의 벌지 못했다.

불황 시기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가들의 쏠림 현상도 무서운 수준이다. 지난해 영화투자를 주 목적으로 한 비공개 기업투자 펀드가 166개 만들어졌다. 10년 전 겨우 5개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부동산과 에너지산업 등 다른 각종 분야에서 돈이 몰리고 있다.

돈이 몰리며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 융자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면서 자금 출처가 불투명한 것이 불안요소다. 중복되는 담보로 융자를 받아 투자하는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 엄격히 금지된 행위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터진 ‘Ip 맨 3’ 스캔들은 단적인 예였다. 이 영화는 당시 전 헤비급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주 투자자였던 ‘대인무’ 영화 투자사가 박스오피스 순위를 올리기 위해 투자금 중 900만 달러(약 102억원)를  ‘유령관객’ 표를 사는 데 쓴 게 밝혀지면서 한 달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대인무에게 돈을 빌려준 ‘상해 쾌록 투자그룹’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일명 ‘그림자 은행(Shadow Bank)’다. 중국에서 미디어 정책 규제를 담당하는 광파전영전시총국의 리동 부국장은 최근 업계 세미나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하나하나 규제를 적용해 처벌하기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미국 헐리우드의 경우 영화협회 차원에서 이처럼 자금 출처가 불투명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자금은 투자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현지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WSJ에 “(최근 중국 영화시장에서) 소위 투자자라 불리는 이들은 영화계 득보단 실이다”면서 “그저 빨리 이윤을 남기려는 속셈 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