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관련 국책은행 자본확충 과정에서 발권력 동원 요구를 받고 있는 한국은행이 2일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별적’ 양적완화 주장에 대해 ‘국민적 동의 내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원칙론을 강조해온 한은인데,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변에선 결기가 빠져있다.
대신 이 총재는 “기업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정”이라거나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원칙적 발언이지만, 결이 다른 원칙론이다.
정부 요청대로 돈을 찍겠다는 다짐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신의 부재시 예하 간부들에게 말조심하라는 성격이다. 또 4일로 예고된 한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모이는 자본확충 TF회의에 충분히 논의하라는 당부도 담겨있다.
이 총재는 독일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의 회동도 예고돼 있다. 6일 귀국 후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한국은행이 밝힌 2일 집행간부회의 이주열 총재의 발언자료 원문.
□ 오늘(5.2일) 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하는데 이에 앞서 최근의 현안사항과 관련하여 집행간부들에게 당부하고자 함
□ 먼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당행 역할에 관한 것임
o 당행은 기업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 왔음
□ 이제 기업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므로 당행의 역할 수행 방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해 주기 바람
o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위축, 기업 자금사정 악화 가능성 등에 각별히 유의하여야 할 것임
o 특히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 참여하여 관계기관과 추진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주기 바람
□ 한편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하여 대외발언을 할 때는 관계기관이나 일반국민의 오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드림
□ 다음으로 연휴 기간(5.5~8일)이 지나면 곧바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는 등 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람.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