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금수저 입학은 있었지만 처벌은 없었다

입력 2016-05-02 11:31 수정 2016-05-02 12:30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불공정 입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로스쿨 25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자기소개서에 부모와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24건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중 부모와 친인척의 신상을 추정하거나 특정할 수 있는 사례는 5건이다.

교육부는 24건 가운데 1건만 부정행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마저도 대학의 과실을 학생 개인에게 전가할 수 없다 등의 이유로 합격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의혹을 축소하고, 불공정 입시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24건 중 부모·친인척 특정 가능 사례는 5건”=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 25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입학실태조사를 벌였다. 자기소개서에 부모·친인척의 신상이 기재된 것은 모두 24건이었다.

부모·친인척을 비교적 용이하게 추정하거나 특정할 수 있는 사례는 5건이었다. 5건 중에 기재금지를 고지했는데도 위반해 부정행위 소지가 인정되는 것은 1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로스쿨 측에서 기재금지를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행위로 볼 수 없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부는 “5건 모두 법학적성시험(LEET), 학부성적, 영어, 서류,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와 다수 평가위원의 평가가 반영돼 자기소개서의 신상 기재와 합격 사이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합격취소 불가”=적발된 24건 중 19건은 부모·친인척의 직위·직장명 등을 단순 기재해 당사자를 추정·특정할 수 없는 사례였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나 아버지 등 친인척의 성명이나 재직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대법관’ ‘OO시의회 의원’ ‘OO청 공무원’ ‘검사장’ ‘OO법원 판사’ 등을 지냈다 식으로 기재했다. 교육부는 전형요강 위반은 맞지만 대학이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한데다 정성평가(서류심사, 면접)의 속성상 자기소개서의 일부 기재사항과 합격 사이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는 ‘자교(自校) 교직원 자녀 입학’의 경우 로스쿨 교수 자녀 10명, 비로스쿨 교수 및 교직원 자녀 27명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다만 모두 이해관계인 제척·회피를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교육부는 “외부에 법률자문을 구했지만 지원자의 부정행위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해도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취소 시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점 등의 법적 한계로 합격취소는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경고 및 문책만… ‘솜방망이 처분’=교육부는 기재금지가 고지돼 지원자의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경우(8건)에 해당하는 6개 대학(경북대, 부산대, 인하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에 기관 경고 및 관계자 문책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기재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사례(16건)가 발생한 7개 대학(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원광대, 이화여대)에는 기관경고 및 주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기재 사례는 없지만 기재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3개 대학(건국대, 영남대, 전북대)에는 시정조치와 함께 로스쿨 원장 주의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근무처 및 성명을 기재하도록 한 2개 로스쿨(영남대, 전남대)에는 기관 경고를 하고 로스쿨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행정처분을 통지하고 청문 및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에 최종 처분을 확정할 계획이다. 자기소개서에 부모 등의 성명 및 신상(직업, 직위 등) 관련 사항 기재금지, 기재 시 불합격 처리 등 ‘불이익 조치’를 명문화 하도록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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