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 100대 기업 중 자본이 완전 잠식된 기업이 10%를 넘었으며 둘 중 한 곳은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고위험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2일 ‘국내 해운 100대 기업(매출 기준)의 최근 2년간 경영 실적 비교 현황’에서 지난해 기준 해운 업계를 대표하는 100개사 중 51곳의 부채비율이 400% 이상으로 고(高) 위험 기업군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금융감독원에서 ‘외항 해상 운수업’으로 분류한 기업의 2014~2015년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졌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운 10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301% 수준이며 국내 해운 회사 100곳 중 이미 자본이 잠식된 기업은 13곳이다.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곳도 5곳 중 1곳 꼴인 18곳이었다. 400%~1000% 미만 기업은 20곳이었다.
지난해 기준 해운 100곳의 총 부채액은 27조6402억원이며 이중 부채비율 400%가 넘는 51개 기업의 부채액은 17조 7216억원으로 전체의 60%를 웃돌았다.
해운업계에서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것도 위험 요인이다.
지난해 100대 해운기업 중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1%였다. 반면 87곳은 매출액 2000억원 미만 기업들로 비중은 14.4%에 그쳤다. 매출만 놓고 보면 해운 업계는 머리는 크고 꼬리는 가느다란 전형적인 ‘올챙이형’ 구조여서 빅2 기업이 시장에서 무너질 경우 국내 해운 산업 자체가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0개 기업의 2014년 대비 2015년 매출 규모는 27조3035억원에서 25조 8131억 원으로 1조 4904억 원(-5.5%) 하락했다. 특히 당기손익 규모는 2014년 905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043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직원 수는 한 해 사이 1.6% 정도 줄어들었다. 2014년 해운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1만2204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만2014명으로 190명 감소했다. 가장 많은 직원을 감축한 곳은 ‘한진해운’으로 2014년 1661명에서 2015년 1464명으로 197명(11.9%) 줄였다.
한국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해운 업계 빅2 기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서만 처리될 경우 파산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해운 업체들의 도미노 붕괴를 막고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 다른 업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국내 해운기업 둘 중 한 곳은 존립 위태…완전 자본잠식도 10% 넘어
입력 2016-05-02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