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들은 봄을 가리켜 '겨우내 잠복했던 만병이 되살아나는 시기'라고 말한다고 북한 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2일 보도했다.
한 탈북자는 "봄이 오면 인민군 내부에는 영양실조 환자를 비롯한 감기, 대장염, 만성 무좀, 피부질환 화자들이 속속 늘어난다. 군 지휘부는 이런 질병들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당연히 존재하는 병으로 여기며 질병에 대처한 구체적인 예방사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상과 함께 부대 순찰을 담당한 보초 장은 병실 내부를 돌아본 뒤 질병 환자 상황을 상급에 보고한다. 그런데 환자들에 대한 치료방법은 약 처방이 아닌 단련처방이다. 군 지휘부 군관은 감기에 걸린 병사들에게 무기와 훈련 장비를 착용하게 한 뒤 부대 운동장을 돌게 한다. 그러면서 '일당백 군인이라면 누워서 완쾌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병과 싸워 이기는 투지를 지녀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설명했다.
이 탈북자는 "이렇게 감기 환자들은 머리를 짓누르는 열병에 운동까지 하고 나면 군복이 온통 땀으로 얼룩진다. 그만하라는 군관의 명령이 떨어지면 약속이나 한 듯이 운동장 바닥에 드러눕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 중에도 제일 견디기 힘든 질병은 대장염이다. 군부대 취사장은 수돗물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그릇을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한다. 소독 기계는 전기가 오지 않아 녹이 슨 채로 구석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각종 병균이 음식을 통해 군인들에게 전파되면서 대장염과 식중독을 일으킨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군복무기간 급성설사로 거의 사경에 처했던 사건이 있었다. 저녁 식사로 콩 비지국이 나왔는데 이상하게 고약한 냄새가 났다. 여름이라 날씨는 덥고 냉장설비가 없다 보니 취사원들에게 뭐라 할 형편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날 저녁 갑자기 아랫배가 꼬여오더니 설사가 시작되었다. 새벽까지 지속하던 설사는 배 안의 더 나올 것이 없어서야 멈췄다. 오전에 군의가 와서 누런 가루약을 내주면서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설사는 멈추지 않고 물만 먹어도 토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군의소는 대장염환자병동에 누워있는 군인들에게 식사공급을 제한했다. 이어 물 공급 금지령도 내렸다. 내막인 즉 대장염은 먹는 족족 설사로 나가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설사가 멈춘다는 것인데, 수분이 빠져버린 환자들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군인들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치료방법에 공포감을 느꼈다. 그래서 감기나 설사를 해도 대부분 숨긴 채 근무생활에 임한다. 반면 부대 간부들은 조금만 아파도 군의 소를 독점하고 치료를 받는다. 군인들은 군의 소를 가리켜 군관들이 병을 핑계 삼아 휴식을 취하는 '특권 공간'이라 말한다. 정권은 관병 일치(군관과 병사가 하나가 된다)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내 속은 전혀 딴판으로 유지되는 것이 오늘날 북한군의 실상이다."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