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히잡의 일종인 '루사리'를 둘러쓰고 이란 땅을 밟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테헤란에 위치한 메흐라바드공항을 통해 1962년 수교 이래 54년 만에 우리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란 땅에 들어섰다.
박 대통령은 전용기를 내리면서부터 루사리를 착용했다. 루사리는 페르시아어로 '머리에 쓰는 스카프'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여성 수행원들도 예외없이 모두 루사리를 둘렀다.
박 대통령은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란 땅을 밟으면서부터 루사리를 착용했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이듬해인 1980년부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이슬람교도)이 아닌 여성에게까지 루사리를 착용할 것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논의할 때부터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복장을 착용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양국 수교 이래 우리 정상의 첫 이란 방문이자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을 방문하는 첫 비이슬람권 여성 지도자라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중동 4개국 순방 당시에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이슬람사원 '그랜드 모스크'를 시찰한 자리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전통 의상인 '샤일라'를 착용하며 이슬람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바 있다. 이슬람 경전 코란은 모스크(이슬람 사원) 방문시 여성은 스카프를 착용하고 팔·다리를 가리는 옷을 착용토록 하고 있다.
이란 측도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 소녀가 꽃다발을 증정하는 의전으로 박 대통령을 예우했다. 외국 정상 방문에 대해 화동이 꽃다발을 주는 것은 이란의 의전 관례상 전례가 없던 일로 박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행사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슬람 풍습에 따라 가족이 아닌 남녀간 접촉이 금지된 이란의 전통을 감안해 정상회담 등에서 이란 측 인사들과 악수 대신 서로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목례하는 이란식의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