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이 아내 치마폭에 쓴 자식사랑...'하피첩' 공개

입력 2016-05-01 20:32 수정 2016-05-01 23:23

'쓰러진 나무에 싹이 나듯 집안은 비록 풍비박산이 났지만 실망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닦기를 게을리하지 말거라. '

올해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세상을 떠난 지 180주년 되는 해이다. 그의 삶은 절절한 부성애의 상징이다. 전남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 멀리 두고 온 자식에 대한 가르침이 마음에 걸렸던 그는 아내 홍씨 부인이 낡아서 못쓰게 된 치맛감 여러 폭을 부쳐오자 여기에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구절을 직접 짓고 글씨를 써서 보냈다. 1810년(순조 10년), 그의 나이 49세 때 쓴 이 ‘하피첩(霞?帖)’에는 애틋한 자식 사랑이 녹아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해 서울옥션 경매에서 구입한 ‘정약용 필적 하피첩(丁若鏞 筆蹟 霞?帖)’(보물 1683-2호, 이하 하피첩)에 담긴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하피첩,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 특별전을 개최한다.

4일부터 6월 13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 3관 내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 ‘다산사경첩(茶山四景帖)’(보물 1683-1호) 등 정약용 관련 유물 30여점이 소개된다.

‘하피첩’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모가 되고, 함께 자녀를 성장시키는 이야기가 담긴 자료로 아버지로서의 정약용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부부,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서는 정약용과 홍혜완 부부의 결혼과 사랑을, ‘자녀에게 남기는 부모의 마음’에서는 가족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저술된 ‘하피첩’의 숨은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손에게 전해진 하피의 먹 향기’에서는 서첩에 담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했던 자손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딸에게 화목을 기원하며 선물한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와 다산초당 풍경을 묘사한『다산사경첩』등 다산의 친필 자료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하피첩’은 원래 정약용의 후손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이를 분실해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2004년 수원의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에 실려 있던 ‘하피첩’은 2006년 한 방송사의 유물 감정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2010년 보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