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의 반전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영화 ‘파수꾼’(2010)의 일진 고등학생, ‘고지전’(2011)의 냉철한 군인, ‘건축학개론’(2012)의 숙맥 대학생까지 변화무쌍했다. 군 제대 이후 SBS 사극 ‘비밀의 문’을 거쳐 tvN 수사극 ‘시그널’로 화려하게 복귀한 그가 ‘탐정 홍길동’으로 돌아왔다. 배우 이제훈(32)의 한계? 현재까진 무한해 보인다.
인간 이제훈에게도 적잖은 반전이 있다. 다소 날카로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실제 성격은 상큼 발랄하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팔판로 한 카페에서 봄 햇살보다 환한 이제훈의 미소를 마주했다. 4년 만에 나선 인터뷰. 그의 표정에는 긴장과 설렘이 엿보였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야기에 이내 긴장감은 풀어졌다. “한국에서 이렇게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이 나왔다는 게 굉장히 뿌듯해요. 이런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조성희 감독 이하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영화는 어릴 적 상처를 안고 자란 탐정 홍길동(이제훈)이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 베일에 싸인 거대 조직 광은회의 실체를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안티 히어로라는 소재를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구현한 점이 특이하다. ‘늑대소년’(2012)을 연출한 조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됐다.
군 제대 이후 쏟아져 들어온 시나리오 중 이 작품을 택한 이유도 조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이제훈은 “감독님의 전작 ‘남매의 집’(2009) ‘짐승의 끝’(2010) 등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세계관을 가질 수 있을까 감탄했다”며 “거기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호기롭게 합류했지만 역시나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원톱 주연이라는 부담감은 기본이었다. 특히 일반적인 히어로와 다른 홍길동의 입체적인 면모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홍길동은 까칠하고 정의감이 없는 인물이에요. 사람을 구하는 데도 관심이 없죠. 개인적인 복수만을 꿈꿔요. 그런 캐릭터가 과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관객을 설득시키고 공감을 얻을지가 관건이었어요.”
조 감독은 홍길동 역에 이제훈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가 딱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이제훈은 그런 감독의 기대를 100% 충족시켰다. 순간순간 변하는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은 건 이제훈의 공이었다.
“전 원래 사실주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게도 그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런 색깔만 고수하면 자칫 재미없는 배우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만화적인 이야기에 제 연기 색깔이 잘 묻어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컸죠.”
이제훈은 “허구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는 실제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그게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라면서 “그렇게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다 뒤늦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이제훈은 더 치열하게 작품에 매달렸다. 2012년 군 입대 하루 전날까지 영화 ‘파파로티’ 후시녹음을 했을 정도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이런 노력이 밑바탕에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훈은 아직 목마르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쉬워질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나도 나중에 작품을 많이 하면 표정 하나, 눈빛 하나, 대사 하나 던질 때마다 극의 공기를 들었다 놨다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그랬는데(웃음). 아, 이게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그는 “매번 ‘이전에 했던 작품을 답습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한다”며 “그런 고민의 시간을 거치다 보니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더 신중해진다”고 했다. “언제쯤 편해질 수 있을까 싶어요.” 이 배우의 열정을 누가 말릴 수 있으랴.
-②에서 계속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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