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재난이나 사고를 당한 후 겪게 되는 정신적 손상을 의미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선별하는 도구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형 PTSD’의 표준화된 진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PTSD는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정신과 질환이다.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어 초기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호 교수팀은 호남대 장은영, 계요병원 박주언, 강북삼성병원 배활립, 을지의대 한창우 교수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 국제 표준화된 정신질환선별 검사 90문항 중 PTSD 관련 28개 항목만을 뽑아 국내에 맞게 해석한 ‘한국형 PTSD 선별도구’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PTSD’ 진단을 받고 최근 2년간 치료 중인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이 선별도구를 활용해 측정한 후, 4주 뒤에 다시 측정해 결과값이 동일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정신적 외상을 겪은 환자는 PTSD가 아닌 ’적응 장애‘나 우울증 등 다른 질병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한국형 PTSD 선별도구‘는 PTSD만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대호 교수는 “기존 국제 정신질환선별검사는 90여가지 반복적이고 중복된 질문으로 인해 환자들이 사건 자체를 회피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켜 정확한 응답을 유도하지 못하는 등 PTSD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검사 도구가 외국어로 돼 있어 국내 환자들의 증상을 정확히 선별하기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한국형 PTSD 선별도구가 여러 임상 및 재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대한의과학회지(JKMS) 5월회에 실렸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한국형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 가능해진다
입력 2016-05-01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