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슴 시린 붉은 진달래의 추억"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5월의 첫날이자 노동절입니다"라며 "이 아침, 아련하게 가슴 저미는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라고 했다.
이 시장은 "초등학교 졸업 후, 성남으로 이사를 와 목걸이 공장, 고무공장을 거쳐 상대원공단의 냉장고 공장에 다니던 때였습니다"라며 "서슬 퍼런 군사문화가 온 사회를 짓누르던 유신시대, 당시 공장은 군복을 입은 관리자와 고참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각목으로 소위 ‘빠따“라는 상습적인 폭행을 가하는 현장이기도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 소년소녀였던 ‘공돌이’와 ‘공순이’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도구에 불과했습니다"라며 "관리자들과 일부 고참을 뺀 노동자들은 일단 출근하면 퇴근 때까지 공장 밖으로 나가는 게 금지됐습니다"라고 했다.
이 시장은 "육중한 공장철문은 9시면 잠겼고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라며 "점심시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라며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덩치 작은 강원도 출신의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던 그 날의 점심식사는 차갑게 식어버린 밥과 딱딱하게 굳어버린 오뎅조림 때문에 먹는다기보다는 차라리 밀어 넣는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시장은 "공장 마당에 둘이 마주 퍼질러 앉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고 있을 때였습니다"라며 "공장 앞산에서 온 산을 뒤덮은 채 무더기로 붉게 피어난 진달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벅차오르는 뭔가 모를 감정 때문에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눈앞에 펼쳐진 붉은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 간절했습니다"라고 했다.
이 시장은 "그러나 여느 공돌이들처럼 시커먼 공장철문을 넘을 용기는 내지 못했습니다"라며 "굳게 닫힌 공장 안에 갇혀 온 산을 뒤덮은 진달래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공돌이’ 생활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날따라 퇴근길에서 마주친 내 또래 학생들의 교복과 남루한 저의 작업복이 더욱 크게 비교되었습니다"라며 "고개 푹 숙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진달래와 봄날과 교복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아프게 남아있습니다"라며 "지친 몸과 위축된 마음이 반복되던 일상 때문에 하늘마저 무겁게 느껴지던 그 시절 그 소년노동자의 기억은 저의 근육에 박히고 힘줄에 스미고 핏줄로 흘러 오늘날 저를 밀어가는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공장 프레스에 눌려 더는 펴지지 않는 굽은 팔을 펴보려던 그 상처 가득한 소년노동자의 마음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대우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에 저를 서게 했습니다"라며 "문득 상대원공단이 가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