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김이 배송비가 1만원?"…배보다 배꼽 큰 중소기업 수출 물류비

입력 2016-04-30 14:59 수정 2016-04-30 21:05

해외소비자들의 온라인 직구가 늘면서 수출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지만 비싼 물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생산업체 A사가 수출하는 김 한 박스는 1~2만원이다, 하지만 해외로 보낼 때 드는 배송비가 1~2만원 더 든다. 결국 김 한 박스 값은 2~4만원으로 뛴다. 특히 해외에서는 물류비를 책정할 때 부피 무게를 적용하다보니 A사는 값비싼 물류비를 부담해야 했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특산물로 인기 있는 김은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 실적이 저조했다. 올해 들어 A사는 싱가포르에 물류센터를 구해 김 컨테이너를 가져다놓고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후 A사의 김은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서 컨테이너를 가지고 나가야 할 정도로 판매 상황이 호전됐다. 화장품 유통업체인 중소기업 B사는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물류비가 제품가격의 46%에 육박했다. 판매가격이 1만7570원인 C 제품의 물류비는 8000원에 달했다. 제품원가인 9570원과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출 중소기업은 비싼 뭄류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2015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 8000개 중 ‘수출 부대비용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업체는 23.8%였다. 이는 수출애로사항 중 환차손(63.4%), 통관절차(25.9%) 다음으로 꼽혔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해외에 물류센터나 보관창고를 따로 마련하기 어려워 물류비 부담이 특히 더 크다. 소량으로 수출할수록 물류비가 비싸지는 탓도 있다. 특히 1만원 이하인 저가 제품을 해외소비자들에게 배송하려면 물류비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청과 코트라 등 관련 기관들이 10여년전부터 중소기업의 물류네트워크를 보강하기 위한 지원을 해오고 있으나 달라진 건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우정사업본부도 2014년부터 중소기업의 해외택배(EMS)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할인율은 4~13%다. 지난 2년 간 지원된 금액은 44억원이다. 한 온라인수출전문기업의 대표는 “근 5년 간 물류환경은 열악한데 개선된 사항은 없다”며 “우체국 EMS도 요즘에야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개선사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물류비를 할인해주거나 해외 물류센터에 물건을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는 컨테이너를 마련해주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중기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각 CJ대한통운, 페덱스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