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최모(46·여) 변호사의 ‘거액 수임료’ 공방이 현직 판·검사 로비 논란으로 번지는 가운데, 최 변호사가 대리한 또다른 사건에서 미심쩍은 감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숨투자자문 사기 사건의 장본인 송모(40)씨가 2013년 저지른 ‘인베스트 사기 사건’이다.
송씨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감형 사유는 “피해가 거의 회복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에는 “송씨가 낸 피해 배상금은 그가 다른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라는 피해자들의 탄원서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수원지법 등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2013년 송 대표의 ‘인베스트 사건’ 항소심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이후 송 대표는 3개월도 안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됐다. 당시 재판부는 “송씨가 사기 금액 대부분을 피해자들에게 변제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송씨의 ‘피해 회복’이 다른 사기범죄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호소를 접수한 상황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송 대표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1주일 전인 지난해 10월 2일, 재판부에는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 피해자 1600여명의 탄원서가 접수됐다. 이들은 “송씨가 인베스트 피해자들에게 변제한 금액은 동일한 다른 사기 범행으로 가로챈 돈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송 대표가 1심 재판 중 설립한 이숨투자자문의 피해자만 2400여명이고 확인된 피해액이 1400여억원”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는 피해액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이 판결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한 사건의 피해변제가 똑같은 방식의 다른 사기 범행으로 이뤄졌다면 상식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유사한 사기 피해가 이어질지 모르므로 석방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법원 사건기록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송 대표의 항소심을 약 3개월간 담당했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와 마찬가지로 송 대표에게도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숨투자자문의 ‘바지 대표’ 역할을 한 안모씨는 검찰에서 “이숨에서 최 변호사에게 20여억원이 지급됐다”고 진술했다. 20억원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와 분쟁을 벌이는 수임료와 유사한 금액이다. 최 변호사는 29일 국민일보에 “송 대표에게 20억원을 수임료로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송 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장인 C부장판사는 최 변호사와 같은 지역 출신으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C부장판사는 최 변호사와 친분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C부장판사는 법원을 통해 “증거와 방대한 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가 정 대표의 사건을 수임하게 된 데에는 송씨 등 이숨투자자문과의 인맥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지난 12일 정 대표에게 서울 구치소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이 고소장을 낸 사람은 이숨투자자문의 ‘이사’ 명함을 들고 다닌 이모씨로 알려졌다. 송씨는 1400억원대 이숨 사기 사건으로 지난 4일 1심에서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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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30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