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자전거에 GPS 달아 스토킹? 일본서 저가 GPS 악용 급증

입력 2016-04-30 00:06
ⓒ국민일보

여고생 나츠코(가명)양이 회사원 미우라(가명·45)씨와 알게 된 건 지난해 5월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미우라씨에게서 콘서트 티켓을 수차례 구입하면서 만난 사이였다. 거래는 콘서트장에서 하고 이름과 주소 등은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한편 거래과정에서 미츠코양을 보고 반한 미우라씨는 연락처를 알아내려 고민하다 위치추적장치(GPS)를 생각해 냈다. 미우라씨는 당시 미츠코양이 타고 있던 자전거를 눈여겨 보고 검정 비닐테이프로 몰래 안장 뒤쪽에 준비한 소형 GPS 발신기를 붙였다.

여기 사용된 하얀 상자 모양의 GPS 발신기는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구입했다.  가로세로 각각 3㎝에 두께 1㎝에 불과한 크기였다. 자전거에서 발신기를 발견한 지난달 말까지 미츠코양은 10개월 동안 통학길과 쇼핑장소 등 곳곳에서 미우라씨의 스토킹에 시달렸다. 

일본 일간 산케이신문은 29일 일본에서 저가형 GPS가 스토커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이용기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며, 이는 1주일에 수천엔~수만엔(수만~수십만원) 정도다.

일본 경시청 수사관계자는 산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발신기 가격이 저렴해지고 소형화 되면서 악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거래 시 익명성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신 모델 중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피해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발신기에서 따로 전파가 나오지도 않기 때문에 이를 잡아내기도 어렵다. 일본 경시청 관계자는 산케이와의 인터뷰에서 “GPS 사업자 계약 자체에 위법성이 없어 법률로 통제하기도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