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노조 “박근혜 양적완화는 양두구육… 한국이 짐바브웨냐”

입력 2016-04-29 18:28 수정 2016-04-29 18:29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선별적’ 양적완화를 두고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원칙론’으로 맞선데 이어, 노동조합까지 나서서 반대론을 펼쳤다. 한국은행 노조는 29일 ‘관치금융을 양적완화로 포장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박 대통령의 선별적 양적완화 방침을 두고 “21세기에는 짐바브웨에서나 있었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양적완화가 아닌 양두구육,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적자가 불량식품이라면 발권력 동원은 죽음에 이르는 마약”이라며 청와대 방침을 정면 비판했다.

한국은행 노조는 4·13 총선 이전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이 제기됐을 때도, 은행을 대신해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말라”는 성명을 내어 가려운 곳 대신 긁어준 역할을 한 바 있다.

다음은 한국은행 노조의 성명 전문.

관치금융을 양적완화로 포장하지 말라
정부는 한국은행에 발권력을 동원하여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라는 이른바 ‘한국적 양적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양적완화란 전통적 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극약처방으로 부문을 특정하지 않고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특정 부문 지원은 돈을 찍어서 재정을 메꾸겠다는 것이며 이는 21세기에는 짐바브웨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즉, 정부가 주장하는 것은 구제금융을 돈을 찍어서 하겠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양적완화가 아닌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또한, 국책은행이 부실해진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부실의 원인이 된 조선사도 국책은행이 대주주로 10년을 넘게 경영해왔다. 그러므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국채발행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도 4대강 사업 등으로 정부가 재정을 잘못 운영한 때문이다. 이제 와서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것은 지극히 전근대적인 발상이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저열한 꼼수이다.
이에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강력하게 요구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 그리고 양적완화라는 어설픈 말장난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국채발행 등을 통해 순리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라.
재정적자가 불량식품이라면 발권력 동원은 그 끝이 반드시 죽음에 이르는 마약이다. 교초를 남발한 몽골, 당백전을 발행한 조선, 돈을 찍어 배상금을 내었던 독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하라. 국채를 발행하면 후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끝나지만, 발권력을 동원하면 후대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은 바로 정부의 작금과 같은 시도를 막기 위함이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국가경제의 발전, 그 이전에 국가의 존립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의 발권력 동원 시도를 끝까지 저지할 것이다.
2016. 4. 29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김영근.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