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름다운 곳이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감성적인 관객이 많은 곳으로 기억합니다. 이번 공연도 기대가 큽니다.”
6년 만에 내한공연을 앞둔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29일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보첼리는 다음달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3번째 내한 공연 ‘시네마 월드 투어’를 갖는다.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보첼리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앨범 ‘시네마’ 발매 기념 월드 투어를 펼치고 있다. 보첼리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가 각별하다.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듣고, 주변에서 들었던 노래들이다”라며 “그 때는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 보니 유명한 곡들이었다. 내 목소리와도 잘 맞는 곡들”이라고 말했다.
보첼리는 팝페라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크로스오버의 정의가 오페라와 팝의 하이브리드라고 한다면, 그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페라는 규칙과 정서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팝은 팝대로 그 노래의 기반에 맞춰 부른다”고 설명했다.
보첼리는 “칼루소와 같은 많은 거장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노래를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노래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노래에 집중했다”며 “나도 언제나 사랑받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팝페라를 아느냐는 질문에 보첼리는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에 동반한 그의 아내가 건넨 부연 설명이 재밌다. “팝페라라는 말이 이탈리아어로는 동물의 한 종류로 들린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로 바꿨을 때,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어떤 동물이냐고 묻자 “오리”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첼리는 1958년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태어나 변호사로 활동했었다. 음악을 향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어 재즈바에서 피아노를 치며 음악의 길에 들어섰다. 명 테너 프랑코 코렐리에게 성악 레슨을 받았고, 92년 이탈리아 팝스타 주케로와 함께 ‘미제레레’를 불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보첼리는 팝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96년 발표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의 세계적인 히트가 한 몫을 했다. 지금까지 20여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클래식계는 물론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율을 묻자 “여러분(취재진)이 잘 알고 계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말해주는 그 이유가 진실된 것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흔히 보첼리를 설명할 때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셀린 디옹이 수년 전에 ‘만약 신이 노래를 하실 수 있다면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목소리일 것’이라고 말한 게 유명해졌다”며 “저도 제 목소리가 하늘에서 온,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목소리가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인 만큼 잘 관리하고, 흡연과 음주를 자제하고, 매일 연습하면서 선물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보첼리는 12세 때 축구를 하던 중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보첼리는 “시각을 잃지 않았다면 더 편하게 살았겠지만 어쨌든 음악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자선 활동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이번 공연의 수익금 일부도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복지 시설에 기부할 예정이다.
보첼리의 새 앨범 ‘시네마’에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글래디에이터’ 등 명화에 삽입된 곡들이 담겨 있다. 그가 영화음악 녹음집을 낸 것은 처음이다. 지난 22일 발매된 스페셜 에디션판에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삽입곡인 ‘문 리버’, ‘시네마천국’의 ‘SE’, ‘러브 스토리’의 ‘프리마 디 운 아띠오’ 등이 새로 포함됐다.
이번 공연을 함께하는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마리아 칼라스, 프랑코 코렐리, 루치아노 파바로티, 레나타 테발디 등 오페라계 수퍼스타들의 공연에서 지휘자로 활동한 유진 콘이 지휘를 맡았고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안드레아 그리미넬리, 합창단 마에스타 콰이어가 참여한다. 국내 여성 소프라노와도 듀엣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와우픽쳐스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6년만에 내한공연 앞둔 안드레아 보첼리 "제 목소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
입력 2016-04-29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