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9일 통화정책신용보고서를 만들어 국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170쪽 가량의 이 보고서는 한은법에 의해 국회와 국민에게 물가 및 통화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되고 있다. 외계어 수준의 금융 용어 해독에 더 신경 쓴다면, 보다 널리 읽힐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한국 경제의 수출 증가세가 2012년부터 둔화됐으며, 2015년엔 감소로 전환하더니, 2016년 3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원인으로 중국의 성장세 감속 및 무역구조 변화, 해외생산 확대 등이 꼽혔다. 여기에 세계경기의 침체 지속돼 “빠른 시일 내 회복 어려울 것”이라고 한은은 예측했다.
한은은 또 기름값이 향후 국내 경기를 되살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유가가 점진적 상승해야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개선되고, 국내소비 및 투자심리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신용보고서에 담은 향후 경기 전망 주요 내용 압축본 전문.
최근 경제·금융 관련 주요 관심사항
1. 저유가가 국내 금융시장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국제유가(Dubai유 기준)는 2014.6월 중 배럴당 110달러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큰 폭으로 낮아져 금년 1월 중 27달러까지 하락
□국제유가의 큰 폭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가격변수 및 외국인증권투자자금도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
ㅇ국제유가 하락이 채권시장에서는 물가 하방 압력, 위험회피성향 강화 등을 통해 금리 하락 요인이 되었고 주식시장에서는 위험자산 매도로 이어지면서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
ㅇ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성향 확대로 인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유출
ㅇ다만 금년 2월 이후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위험회피성향이 약화된 데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국내 주가는 상승하고 외국인 채권·주식투자자금 모두 순매수로 전환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은 글로벌 수요 부진에 상당부분 기인한 결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달리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ㅇ저유가의 장기화로 인한 산유국 경제 및 금융 불안, 에너지 관련 기업의 투자부진 등이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키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면서 우리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함
ㅇ과거 사례를 보면 1980년대 중반에는 원유공급 증대로 인한 유가하락으로 경기가 개선되었으나 2008년과 최근에는 유가하락이 수요측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여 긍정적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보임
ㅇ향후 국제유가가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대로 점진적으로 상승할 경우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개선되고 국내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 수출 개선 등을 통해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
2. 생산자물가 및 수입물가 하락이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장기간 내림세를 지속함에 따라 국내공급물가지수가 원재료와 중간재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확대되는 상황
ㅇ공급물가 중 원재료 가격의 하락은 투입 비용을 낮춤으로써 제조업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최종재 가격의 하락은 판매가격의 하락을 의미하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론됨
ㅇ그러나 중간재 가격 하락은 중간재를 생산하는 기업과 이를 투입하여 최종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수익성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침
□실증분석 결과 원재료 가격 하락 및 최종재 가격 상승은 당초 추론대로 제조업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간재 가격 하락은 제조업 전체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추정
ㅇ그러므로 2012년 이후 중간재 위주의 국내공급물가 하락은 비용 절감을 통해 제조업 수익성에 대체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임
― 한편 기업규모별로 살펴본 결과 공급물가 하락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었음
ㅇ다만 중간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수익성이 2012년 이전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수익성 개선효과가 경기부진에 따른 매출물량 감소에 의해 상당부분 상쇄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됨
3. 최근의 기조적 물가흐름 분석
□소비자물가는 수요측면의 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충격으로 2014년 하반기 이후 1% 내외의 낮은 오름세를 지속
□저물가 상황의 장기 지속에도 불구하고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 지표들은 대체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면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
ㅇ高변동성 품목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출한 근원인플레이션 지표들은 대체로 물가안정목표(2%) 수준에서 변동
*특정품목을 제외하는 방식, 조정평균 방식, 변동성 가중평균 방식 등을 이용
ㅇ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개별 품목의 공통요인을 추출하여 산출한 내재적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이 본격화된 2014년 중반 이후에도 2% 내외의 안정적 흐름을 유지
ㅇ장·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으나 물가안정목표(2%)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음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2차 파급효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됨
*유가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 임금 등의 변화를 통해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
ㅇ2001년 이후 국제유가 변동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은 대부분 석유류가격 변동에 따른 직접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남
ㅇ또한 국제유가 변동이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유의하지 않았으며 임금상승률도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음
□향후 물가전망 경로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금년 하반기 이후 점차 오름세가 확대되어 물가안정목표 수준으로 완만하게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
4. 최근 수출변동요인 분석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수출의 증가세가 2012년부터 큰 폭으로 둔화되었으며 2015년 들어 감소로 전환된 이후 2016년 3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부진에는 장기·구조적 요인과 단기·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
ㅇ장기·구조적 요인으로는 성장에 대한 세계교역 탄력성의 구조적 둔화, 중국의 성장세 감속 및 무역구조 변화*, 해외생산 확대, 중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등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등이 있음
*중국정부의 가공무역 억제, 산업자급률 제고 등 수입구조 변화 추진으로 중간재를 중심으로 중국의 수입수요가 크게 둔화
ㅇ단기·경기적으로는 세계경기둔화 지속, 유가하락, 엔화 및 유로화 약세 등이 수출부진의 요인으로 작용
□ 수출 대상지역별 수출변동요인 분석 결과 세계교역 신장률 및 수입물가 변동이 최근의 수출변동에 미친 영향은 2012년 이후 주요 시장 모두에서 부정적이었으나 지역 고유요인 및 상품경쟁력의 영향은 상이한 모습
ㅇ최근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의 큰 폭 둔화는 지역 고유요인의 영향으로 수입물량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든 데에도 기인
다만 우리나라 수출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3년 이후 확대로 전환
ㅇ일본의 경우에도 경기부진이라는 지역 고유요인으로 인해 수입수요가 감소세를 지속한 데다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도 2012년 이후 하락
ㅇ미국과 유로지역의 경우 최근 들어 지역 고유요인에 따른 수입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도 확대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장기·구조적 변화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단기·경기적 여건의 개선도 지연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수출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