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통령감’이 된 건 TV뉴스 덕분?

입력 2016-04-29 00:06
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성공 이유에 대해 색다른 분석이 나왔다. TV라는 대중매체가 가진 특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각종 케이블방송과 NBC뉴스, CNN 등에서 2010년까지 앵커 및 진행자로 명성을 쌓았던 캠벨 브라운은 27일(현지시간)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내가 트럼프에 대해 TV 탓을 하는 이유(Why I Blame TV for Trump)”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브라운은 이 글에서 “방송에 출연하는 동안 시청률을 끌기 위해 수많은 우스꽝스럽고 의미없는 짓을 했다”면서 TV방송이 가진 속성은 저질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트럼프가 하는 모든 짓은 TV뉴스가 원하는 그대로”라면서 트럼프가 TV뉴스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대선에 출마하기 전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방송 경험을 쌓았다. 이 외에도 미국 프로레슬링에도 깜짝 출연했으며 각종 쇼 프로그램에 나와 인기 게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이처럼 방송경험이 풍부한 트럼프가 TV방송이 주목할 요소를 파악해 경선 레이스에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브라운은 “트럼프의 선거유세를 중계할 때는 기자가 끼어들어 멘트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가만 있기만 해도 트럼프는 경악할만한 소리를 매순간 쏟아낸다”고 평했다. 이어 “트럼프의 모습이야말로 TV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슬리 문베스 CBS 회장은 트럼프의 선전에 대해 “미국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지만, CBS에게는 무척 좋은 일”이라고 자조한 바 있다. 브라운은 “레슬리 회장의 코멘트는 미국의 방송 관계자 모두가 똑같이 느낄만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의 저널리즘에는 해롭다”라고 썼다.

브라운은 글에서 “결국 트럼프를 만들어낸 건 TV방송”이라면서 “방송사들은 트럼프를 원했고, 또 필요로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방송관계자들에게 “트럼프를 다룰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며 “그저 경기를 지켜보는 심판처럼 행동하지만 말고 맥락과 경험을 활용해 객관적 진실과 맥락적 진실을 구분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