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가 다음 총선거에 임박하도록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했다. 지난달 선거구 획정에 따라 입법부작위 상태가 해소됐고, 출마·투표를 하려는 청구인들의 권리도 달성됐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헌재는 “국회는 충분한 기간 동안 선거구를 입법할 명시적인 헌법상 입법의무 이행을 지체했다”고 지적했다.
28일 헌재는 제20대 총선 직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은 국회를 상대로 제기된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앞서 정인봉 새누리당 서울 종로구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 예비후보·입후보희망자 6명과 유권자 10명은 국회를 상대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예비후보자 등록일인 지난해 12월 15일까지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자 이들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권이 침해당했다고 반발했다. “자유로운 의정활동이 보장되는 현역 국회의원과 비교해 정치 신인은 자신을 알릴 기회조차 차단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헌재는 국회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도 선거구 획정안을 뒤늦게 처리한 점을 인정했다. 헌재는 “앞서 구 선거구구역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국회에 1년 2개월 동안 개선입법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했다. 이는 선거구 획정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입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입법개선시한을 넘어 선거구 공백 상태를 초래했고, 출마를 하려는 사람의 선거운동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다만 뒤늦게나마 청구인들이 국회의원 후보자로 출마하거나 선거권자로서 투표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청구를 각하했다고 밝혔다. 권리보호 이익이 소멸됐기 때문에 입법부작위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법해졌다는 설명이었다. 국회는 지난달 2일 국회의원 지역구 명칭과 구역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고, 이튿날 시행됐다.
20대 총선이 매우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구 입법을 하지 않은 국회를 지적, 선거구 미획정에 대해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은 무려 4명이었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국회의원 선거구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은 물론, 후보자의 피선거권 실현의 기초가 된다”고 전제했다. 이들은 “선거구는 대의민주주의의 안정성과 국민의 선거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헌법 합치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재판관 등은 “선거구 공백 사태가 초래된 경우가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태가 반복해 발생되지 않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꾸짖었다. 제한된 선거정보에 바탕을 두고 실시된 선거는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시키며, 따라서 국회의 입법부작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소수의견 결론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국회 ‘책임방기’ 꾸짖은 헌재, 하지만 청구는 각하
입력 2016-04-28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