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계가 자중지란에 빠졌다.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유기준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개 반대하며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유 의원은 ‘탈(脫) 계파’를 선언하고 출마를 강행했다. 친박 핵심의 자중론 제기로 원내대표 경선 구도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유 의원은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러닝메이트인 이명수 의원과 함께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당의 화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계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오늘부터 당장 친박 후보라는 지칭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사실상 탈박 선언이다.
유 의원 출마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친박 핵심의 출마 반대 요구를 거부한 탓에 파장이 일었다. 최 의원은 전날 유 의원과 홍문종 의원을 만나 “총선 민심을 겸허히 받든다는 차원에서 친박으로 분류된 분들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안나가는 게 맞다”며 출마 반대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도 “총선 후 첫 당내 선거인데 친박과 비박(비박근혜)을 나눠서 싸우면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며 자중론을 거듭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고 당 대표 출마로 기수를 돌렸지만 유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친박 내부에서는 장탄식이 쏟아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친박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을 팔아 자기장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한선교 의원도 “친박 훈장을 달고 다닌 사람들이 총선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린다. 비겁하다”며 “10년 넘게 ‘박근혜’를 팔아 호가호위 하던 자들이 이제는 ‘박근혜’를 팔아넘겨 한 자리 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충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계파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친박) 단일 후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을 안 하게 하겠다. 저도 거기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비토 선언’으로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김재경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원내대표 후보들이) 표 계산을 하면서 각개 행동을 할 게 아니라 한 자리에 모여 최상의 원내대표단이 누구인지 고민하자”며 합의추대를 주장했다. 이어 “무엇이든 역할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독이 든 잔을 마시겠다”며 자신의 출마 의사도 밝혔다. 중립 성향의 나경원 의원, 정진석 당선인도 출마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물밑에서 계파 중진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의 자중지란 탓에 당내 60~70명에 달하는 친박 표심이 이번 선거의 변수로 떠올랐다. 유 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군 모두 계파색이 옅어 비박계 표심이 분산되고 있어서다. 다만 친박계가 분화조짐을 보이면서 일사분란한 움직임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만만찮다.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정 당선인에 힘을 싣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박계에서는 “개인적 선택일 뿐 조직적인 움직임은 아니다”는 분위기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원내대표 경선 앞두고 자중지란 벌어진 친박
입력 2016-04-28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