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박지원인데...새누리, 더민주 맞수 찾기 고민

입력 2016-04-28 16:18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이 추대되면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박지원 선거’로 흐를 조짐이다. 38석의 제3당 국민의당에 여야 협상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양당 내부에선 박 의원에 정치적 무게감이 뒤지지 않는 맞수 찾기에 분주한 표정이다.

다음달 3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는 새누리당 내부에선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관 등을 지냈고, 원내대표만 세 번째인 박 의원이 사안별 ‘합종연횡’을 통해 정국을 주도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노회한 전략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는 정치력과 경륜을 갖춘 인사를 원내사령탑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된다. 4선이 된 김재경 김정훈 나경원 정진석 유기준 의원 등 현재의 원내대표 후보군보다 다선 의원 중에서 원내대표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28일 “박 의원은 야당 의원이라고 믿기 힘든 정보력과 양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익을 정치력을 원내대표 시절 보여준 바 있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박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선 노련한 전략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물망에 오른 인사들도 ‘내가 맞수’라는 홍보전에 돌입했다. 정진석 당선인은 기자(미국 특파원) 시절인 1988년부터 박 의원과 알고 지냈으며, 2010년 이명박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야당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을 상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선거 참패 후 자숙모드였던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들은 박 의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주류가 원내대표를 맡아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당내 유일 서울 4선 의원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나경원 의원도 박 의원에 밀리지 않는 정치력을 강조하며 의원들을 상대로 한 물밑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박지원발’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김대중정부 실세로 ‘DJP 연합’과 자민련과 연정을 경험했던 박 의원이 박근혜정부와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한 연정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달 4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를 더민주도 박 의원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4선 중에는 강창일 이상민 변재일 안민석 의원이, 3선에서는 노웅래 민병두 우원식 우상호 홍영표 의원 등이 출마를 확정했거나 검토중이다. 이들은 저마다 ‘내가 박 의원과 맞설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민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박 의원은 20여 년 동안 쭉 지켜봤고, 공·사석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 장점을 충분히 다 안다”며 “제가 그 장점을 살릴 수 있고 전략적 감각을 키우고 정책을 생산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오랫동안 훈련을 해왔다”고 했다.

강 의원은 “4선은 돼야 박 의원을 상대할 수 있다”는 ‘다선론’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법사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며 ‘손발’을 맞춰봤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박 의원이 원내대표일 때 원내대변인을 했다”며 인연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나와 “타협과 협상, 실리를 중요시하는 권도정치의 대가 박 의원에 대응할 만한 원내대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경륜과 권도정치에 대응할 수 있는 분을 합의 추대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한장희 문동성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