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노조 전임자에게 일반 근로자보다 임금 더 많이 줬다면…

입력 2016-04-28 14:12
근로시간이 면제된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사측이 일반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지급하면 의도에 관계없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제도 시행 이후 근로시간 면제자의 급여 지급과 관련, 부당노동행위 기준이 제시된 첫 대법 판례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8일 전북지역 버스여객업체 신흥여객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타당한 근거 없이 과다하게 책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지배 개입의 구체적인 의도나 동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흥여객은 2011년 전북자동차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지부장 이모씨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이씨가 받은 연봉은 5087만원으로 근속연수가 비슷한 근로자(3429만원)보다 1600만원 이상 많았다. 이에 또다른 노조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이씨에게 일반 근로자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한 것이 부당하다며 2012년 6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시정을 요구했다. 지노위는 이를 기각했지만, 같은 해 6월 재심신청을 받은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신흥여객은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급여지원행위가 전북자동차노조에게 유급 전임활동을 더 많이 보장했으므로 자주성과 민주성이 침해되지 않았다” “부당노동행위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노조 전임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급여는 근로제공 의무가 면제된 근로시간에 대한 것”이라며 신흥여객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협으로 결정된 신흥여객의 연간 근로시간은 2080시간인데, 3000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이 지급된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신흥여객이 항소했지만 2심인 서울고법도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은 “일반 근로자로 근로했을 때에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과 비교해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는지 등의 사정을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며 이처럼 결정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