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카이네틱 댐 2차 실험 연기에 '꼼수' 논란

입력 2016-04-28 11:23 수정 2016-04-28 13:21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가변형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를 위한 2차 모형실험이 연기됐다.

2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물막이 모형 설계작업을 맡고 있는 포스코A&C는 경기도 광주 곤지암 하천에 설치한 물막이 모형의 일부를 지난 26일 철거했다. 25일부터 진행된 자체 실험에서 구조물의 볼트와 바닥 등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실험 과정에서 모형 일부가 파손됨에 따라 포스코A&C가 실험 주관기관인 울산시의 동의도 없이 철거했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울산시는 포스코A&C에 모형을 즉시 복원하라고 요청했으나 복원에는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28일로 예정됐던 2차 모형실험 날짜를 5월 초로 연기한다고 울산시 등에 통보했다. 2차 모형실험에는 14명으로 구성된 기술검증평가단이 참관하고, 평가단은 1주일 뒤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한다. 문화재청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가변형 물막이의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1차 모형실험에서도 누수가 발생했다.
임의로 사전 실험을 해보고 하자가 생기자 하루 전에 갑자기 2차 테스트를 연기한 것에 대해 가변형 물막이의 실패 판정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 2013년 6월부터 가변형 물막이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암각화에서 16∼20m 떨어진 지점에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반원형 임시제방을 세워 물길을 차단한다는 이 방법은 전문가들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계 관계자는 “정부는 하루빨리 물막이 설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