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네 연극인의 회고록 '원로 연극제'

입력 2016-04-28 10:02
'원로 연극제'에 참가하는 김정옥, 오태석, 하유상, 천승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 한국 연극사의 산 증인인 네 원로 연극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원로 연극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6월 3~26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김정옥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 오태석 작·연출의 ‘태(胎)’, 하유상 작·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 천승세 작·박찬빈 연출의 ‘신궁’을 공연한다.

6월 3~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그 여자 억척 어멈’은 배우 배해선이 1인 4역을 연기하는 모노드라마다. 우선 1인칭 시점인 자기 자신, 1951년 한국전쟁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 브레히트의 ‘억척어멈’ 가운데 억척어멈 그리고 동학난을 배경으로 조선판 억척어멈으로 변신한다. 1997년 배우 박정자가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달 넘게 초연하며 주목받은 이 작품은 당시 일본 삼백인 극장(三百人劇場)이 주최한 ‘아시아 연극제’에 참가에 호평을 받고 일본 전국에서 순회 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6월 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태(胎)’는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란을 배경으로 죽음을 뛰어넘는 삶의 가치를 묻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건에 픽션이 가미된 이 작품은 한국 연극 특유의 제의 형식이 가미됐다. 1974년 초연 이후 한국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번 공연은 오태석이 9년만에 다시 올리는 것이다. 주인공인 박중림(박팽년의 아버지) 역은 배우 오현경(80)이 맡았다.

6월 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딸들의 연인’이 공연된다. 195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당시 전장의 상흔이 남아있던 시기에 자유연애와 결혼을 코믹하게 다뤄 인기를 끌었다.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리메이크 되는 등 아직도 간간이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박윤희, 배상돈, 황세원 등이 출연한다.

6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신궁’은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어촌인의 실상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어촌의 비참한 실상을 그린 천승세의 대표 희곡 ‘만선’ 대신 이번 원로연극제에서는 1977년에 발표된 천승세의 중편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해 초연한다. 무속과 토속적 방언이 넘치는 원작을 천승세 본인이 각색했다. 이승옥, 정현, 정상철, 기정수, 이봉규 등이 출연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