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 내가 그린 게 맞다" 위조범 권춘식씨 또 다시 진위 번복

입력 2016-04-28 09:30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가 최근 이를 번복한 권춘식씨(69)가 다시 자신이 그린 게 맞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25일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 변호인단’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라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강권에 압박을 느껴 말을 번복한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천 화백 유족 측에 건넨 진술서에서 권씨는 “91년 미인도 사건 발생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감정위원으로 참여했던 A씨가 저에게 전화해 ‘진술을 번복하라. 착오였다고 하면 간단하다’고 회유했다”고 적었다. 또 “현 화랑협회 고위 관계자도 전화를 해 ‘현대미술관의 원본 그림도 직접 본 적이 없지 않느냐. 착오였다고 해라’고 했다”고 전했다.

권씨는 지난달 초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며 1999년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미인도 위작 여부 확인을 요구받았을 때 수사에 협조하면 감형받을 수 있을까 싶어 시인했고 여러 위작을 만들어 확신이 없는 가운데 그렇게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91년 위작 논란이 제기된 ‘미인도’는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1999년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은 고서화 위작범 권씨를 수사하다가 “미인도를 위작했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천 화백의 서명 부분을 위작한 사인위조죄가 당시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돼 기소를 하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 등 미술계는 작품 자체가 권씨가 위조했다는 1984년 이전인 198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었고, 위작 시비 이전에 나온 ‘도록’에 실렸던 점을 들어 권씨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천 화백 본인이 “내가 낳은 자식을 몰라보겠느냐”며 위작임을 주장해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63) 등 유족은 27일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학예실장 등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공동 변호인단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 입수 당시에도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위작 미인도 전시와 인쇄물 배포로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동의를 구한 바 없다”며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며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천 화백과 그의 두 번째 남편인 고 김남중 전 전일그룹 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자신을 법적 자녀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2월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해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천 화백의 막내아들인 고 김종우씨의 아들도 함께 소송을 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