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신 마저 탈북한다?” 부모 유골 중국 통해 국내행 급증

입력 2016-04-28 08:33


최근 들어 북한에 남겨진 부모님 유골을 북•중 국경을 통해 중국이나 한국으로 들여오는 탈북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28일 보도했다.

 한 탈북자는 "탈북하기 2년 전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친척들이 모여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합작 묘를 만들어 뒷산에 안장했다. 집안에 자식이라곤 외아들인 내가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3년 상도 치르지 못하고 국경을 넘었다. 당시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급히 탈북했지만 이곳에서 추석을 보낼 때마다 풀대만 무성한 부모님 산소가 눈앞에 어른거려 잠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사는 브로커를 통해 북한 밀수꾼과 연계를 했다. 우선 부모님 산소가 안장된 위치를 알려주고 산소 주변 모습과 상돌, 비석을 사진으로 전송하게 하였다. 여기까지 진행하는데 100달러가 소비되었다. 다음에는 부모님 시신을 화장하여 중국으로 들여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그 대가로 중국 돈 3만 원(남한 돈 570만 원)을 북한 밀수꾼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화장한 재를 깨끗한 단지에 담아 포장한 뒤 밀수품으로 위장하여 중국에 넘겼다. 당시 장백에 살던 친척들이 부모님을 고향이 보이는 곳에 묻자고 하는 바람에 중국에 안장했다. 그 후 해마다 추석이면 중국에 안장된 부모님 산소로 찾아간다. 비록 부모님을 짐짝처럼 위장하여 중국으로 모셔왔지만 그렇게라도 부모님을 데려올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도 "작년에 부모님을 모셔오려고 북한에 연락을 보냈다. 북한에 살 당시 친분이 있던 장 씨를 통해 부모님 유골을 국경까지 모셔달라고 부탁했다. 그 대가로 중국 돈 5만 원(남한 돈 100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핸드폰으로 부모님 산소를 확인하고 유골을 옮기는 작업까지 동영상으로 찍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중국 돈 5만 원이면 북한에서 큰돈이다. 장 씨는 나의 요구대로 3명의 친구와 부모님 산소를 찾아 유골을 옮기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런데 국토검열대 산하 산림보호원이 인근 산 주변을 돌다가 묘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장 씨와 친구들을 산림보호원이 보는 줄도 모르고 한쪽에선 동영상을 촬영하고 다른 쪽에서는 유골을 흰 천에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산림보호원은 묘지 주변에서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담당 보안원에게 핸드폰으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시간 후 여러 명의 보안원이 산 밑에 도착했다. 그들은 묘지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산길로 올라왔다. 다행히 유골은 옮기는 작업은 거의 끝난 상태라 장 씨와 친구들은 유골을 안고 산 건너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후 온성지방에는 대낮에 묘를 파헤쳐 시신을 유기한 도적무리가 생겨났다는 소문이 난무했다. 이렇게 부모님 유골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오게 되었다. 중국에서 부모님 유골을 안고 하룻밤 자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우리는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며 죽어서도 이렇게 탈북해야 하는지 울분이 차올랐다"고 했다.

 또다른 탈북자는 "탈북 전 아버지 유골을 화장하여 작은 단지에 모셨다. 함께 탈북하려고 했지만 화장 재를 안고 두만강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두만강에 화장 재를 뿌리고 탈북했다. 누구도 없는 컴컴한 밤에 혼자 눈물을 삼키며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해 속죄했다. 지금은 돌봐줄 사람 없는 북한에 홀로 남기고 떠나기보다 내 손으로 뿌리고 온 것이 잘한 선택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