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 발표만 보도해” 日 NHK회장의 수상한 ‘지시’

입력 2016-04-28 00:02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현재 가동 중인 센다이 원전에 대한 위협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 회장이 원전 관련 보도에 관해 “관계당국의 공식 발표만 보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NHK는 이사회를 비롯해 국장급 간부, 재난 관련 전문가 등 100여명이 모여 ‘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모미이 가쓰토(73) 회장은 지진으로 인한 원전 재가동의 위험성에 관해 ‘(관계 당국의) 공식 발표’만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모미이 회장이 언급한 ‘공식 발표’의 주체는 일본 기상청과 원자력규제위원회, 규슈전력을 의미한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관계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하고 원전을 운영하는 주체인 규슈전력의 입장만 보도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NHK 내부에서조차 “공식 발표를 전하는 것은 자율적인 방송이라고 볼 수 없는 일”이라거나 “역시 모미이 회장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센다이 원전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4년여 만에 원전 재가동 정책을 천명하며 지난해 8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원전이다. 그러나 지진이 발생한 규슈 지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일본 내 원전 반대론자들은 센다이 원전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나타낸 바 있다.

오토 요시로 소피아대 교수(미디어학)는 “NHK는 지난 동일본대지진 때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실을 날씨 카메라로 촬영해 전했을 정도로 일본 정부보다 더 빨리 현장의 사실을 알 수 있는 조직”이라며 “모미이 회장 발언대로라면 같은 일이 일어나도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보도기관으로서는 자살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오이 야스히코 아오야마가쿠지엔대학 교수(언론윤리)도 “저널리즘의 역할은 공식 발표를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라며 “공식 발표를 그대로 전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그냥 ‘홍보’”라고 꼬집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