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신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등장에, 아니나 다를까, 극장가 쏠림 현상이 벌어졌다. 대다수 극장에서 과반수 상영관을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들은 줄줄이 개봉일을 연기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첫날인 27일 이 영화 예매율은 94.9%(영화진흥위원회·오후 5시 기준)를 기록했다. ‘시간이탈자’가 1.1%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1% 미만이다. 이날 개봉한 ‘태양 아래’(0.2%)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0.1%)도 맥을 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스크린에는 자연스레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걸렸다. 다른 작품들은 몇 개 상영관에서 한두 타임 상영되는 정도다.
그래서인지 5월 개봉을 앞뒀던 영화들은 ‘일단 피하기’ 전략에 나섰다. 앞 다투어 개봉 연기를 선언했다. 당초 다음달 12일 개봉 예정이었던 외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측은 이날 개봉일 변경 소식을 알렸다. 시사회 등 홍보 스케줄도 1~2주 정도 미뤘다.
앞서 차태현·빅토리아(에프엑스)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2’와 김명민 주연의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도 일제히 개봉 일정을 늦췄다. 이미 제작보고회까지 마친 상황에 개봉일을 변경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어느 정도 홍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봄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개봉 전부터 90% 이상의 예매율을 자랑했다. 어벤져스 멤버들의 대립이라는 내용부터 흥미로웠다. 앞서 선보인 미국에서 역대급 극찬이 쏟아지며 기대감은 커졌다.
국내 언론시사회 이후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스크린 과점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천만 돌파는 따 놓은 당상이란 말도 나온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돌풍 속에 극장가는 한동안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한편, 관객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은 여전한 숙제로 남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