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여 변호사 폭행 의혹’ 사건이 ‘재판 로비 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이다. 사건 당사자들의 폭로전 속에 정 대표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현직 판사 4~5명과 전관 변호사 10여명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정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최모(46·여)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가 실제로 지인을 동원해 재판부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 대표 사건이 항소심에 배당된 지난해 12월 29일 정 대표의 지인인 건설업자 이모씨와 항소심 재판장은 서울 강남구 한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해당 재판장은 법원을 통해 “정 대표 사건이 (나에게) 배당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다음 날 배당 사실을 알고 바로 사건 재배당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최 변호사 측은 또다른 현직 판사가 재판부에 ‘문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 변호사 측 관계자는 “정 대표가 현직 판사를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사건 진행 상황을 물어봤다”며 “해당 판사가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답변을 듣고 정 대표 측에 알려주자, 정 대표가 ‘변호인단을 교체 해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판사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 대표 재판부와 친분 관계도 없고, 접촉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온갖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법원 측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법원 측은 26일 “사건 당사자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너무 많다. 로비스트들이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판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판사들에 대한 윤리위원회 조사 등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1·2심 모두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니 되레 로비가 통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며 “검찰은 2심 구형을 1심보다 낮추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서울변회는 최 변호사의 ‘거액 수임료'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최 변호사 측의 경위서를 받은 관련 논란을 전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
-제기되는 의혹과 식사… 일반 판사들 “믿고 싶지 않은 사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재판 로비 스캔들’은 2심에서 정 대표를 변론했던 최모(46·여) 변호사에 의해 주로 제기되고 있다. 최 변호사 측은 “지난 12일 정 대표에게 ‘구치소 폭행’을 당했다”며 정 대표 측의 로비 의혹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현직 법관 4~5명의 실명도 등장했다.
최 변호사 측이 제기한 의혹 가운데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주장들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진상조사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위 파악에 나섰다.
저녁식사, 재판부 청탁…드러난 사실은
정 대표의 로비 스캔들 중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은 항소심 재판장과 정 대표 지인간의 ‘저녁식사’다. 정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이모씨는 항소심 재판장인 L 부장판사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이 배당된 당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정 대표 사건을 거론했다.
다음날 L 부장판사는 정 대표 사건에 대해 ‘회피 신청’을 했다. 불공정한 청탁이 우려되므로 재판을 맡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후 최 변호사 측은 언론을 통해 “이씨가 L 부장판사와 식사를 하고 유흥주점에 갔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L 부장판사는 “이씨가 정 대표의 지인인 줄 몰랐다. 유흥주점에 간 사실이 없다”며 “불공정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바로 회피 신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재판부가 바뀐 뒤에도 정 대표는 여러 차례 재판부 로비를 시도했다.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 후 열린 첫 공판에서 재판장은 “부정한 시도를 하지 말라”며 법정에서 공개 경고를 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7일 “로비스트들은 모임이나 친구의 친구 등을 통해 판사와 친분 관계를 쌓는다”며 “이후 갑자기 사건 관련 얘기를 꺼내며 청탁을 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도 ‘(재판부에) 돈을 전달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며 “허황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건 로비, 거액의 수임료…아직 남은 의혹은
정 대표의 ‘로비 시도’는 아직 많은 부분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최 변호사 측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이 정 대표의 사건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2심 구형량을 1심보다 6개월 줄인 2년6개월로 정했다. 구속 기소했던 피고인의 보석 신청에 대해선 “사안에 부합하도록 적의처리함이 상당합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적의처리’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법조계 일각에선 정 대표의 로비 시도가 법원 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측은 “보석은 전적으로 재판부 권한”이라며 “정씨가 사회복지재단에 2억원을 기탁한 점, 함께 기소된 다른 기업가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점 등을 고려해 구형량을 정했을 뿐 다른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 측은 “현재로서는 정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 측이 제기한 ‘현직 법관’의 재판부 로비 의혹은 당사자들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 등을 통해 정 대표 사건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K 부장판사는 “사건 관련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재판부에 얘기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재판부에 ‘사건 문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현직 판사는 법원을 통해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다. 재판부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정 대표와 최 변호사간 ‘수임료 50억원’의 정체다. 최 변호사 측은 “20억원은 정 대표의 민·형사 사건 16건을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수임한 금액”이라며 “30억원은 성공보수였다. 정 대표가 도로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에게 보석 석방을 조건으로 50억원을 요구했다. 상습 도박 사건과 구치소 징벌 탄원서 작성 외에 최 변호사가 맡은 정 대표의 사건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법조브로커 등이 로비를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 돈을 챙긴 뒤 근거 없는 낭설을 퍼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믿고 싶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오랜 시간 힘겹게 쌓아온 사법 신뢰가 한순간에 위협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
정운호 사건, 女변 폭행서 로비 스캔들로 비화 조짐
입력 2016-04-28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