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아기는 한방에 있는 게 좋을까, 떨어져 있는 게 좋을까. 보건복지부가 산후조리원의 ‘모자동실’ 관련 애매모호한 법 조항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부는 27일 산후조리원의 모자동실 운영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산후조리원 업자는 산모와 신생아가 한 방에서 생활하는 모자동실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의무적으로 짜야한다는 것이다.
법안대로라면 업자는 계획만 수립하면 되고 실제 모자동실은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모들에게 모자동실의 장점을 알려주고 권장하라는 취지”라면서 “산모들이 24시간 모자동실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정 법안에는 모자동실 운영계획을 짜지 않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제재수단도 없다.
결국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도 아니면서 완전한 자율도 보장하지 않는 ‘이상한’ 법이 생기게 된다. 산후조리원 업자들은 지키지도 않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법안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산후조리원에 관한 복지부의 최대 관심은 ‘집단감염 위험’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산후조리원 감염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때도 조리원 종사자에 의한 감염병 전파 경로 차단을 위해 모자동실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경기도 성남시의 공공산후조리원 도입에 반대한 주요 이유도 ‘감염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다른 내용도 신생아 밀집 억제와 방문객 관리 등 감염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지만 모자동실을 강제할 경우 업계와 산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상당수 산모가 “모자동실을 할 거면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지 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느냐”는 입장이다. 한국산후조리업협회 김정욱 상임이사는 “산모가 쉬지 못하면 조리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복지부는 모자동실 운영계획 수립 여부를 산후조리원 평가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산후조리원 모자동실’ 복지부 애매한 입법예고 논란
입력 2016-04-27 19:03